영화 ‘해치지않아’로 첫 단독 주연을 맡은 배우 안재홍. 영화는 지난 15일 개봉 이래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세상에 없었던 걸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이 작품을 찍었습니다.”

진지한 눈빛으로 내뱉은 배우 안재홍(34)의 한마디. 자신이 주연한 영화 ‘해치지않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과연 지금껏 이런 코미디는 없었다. 동물 영화인데, 동물 대신 사람이 우리 안으로 들어간다. 안재홍은 “재미가 휘발되지 않고, 기분 좋은 잔상이 남는 영화”라고 자신했다.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해치지않아’는 폐업 위기에 처한 동물원 ‘동산파크’의 직원들이 팔려간 동물들 대신 동물 탈을 쓰고 관람객을 맞으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극 중 안재홍의 배역은 이런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인 신임 원장 태수. 대형 로펌의 수습 변호사인 그는 회사가 지분을 가진 동산파크를 회생시키면 정직원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원장으로 부임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시나리오를 보니 청춘의 짠함이 느껴지더라. 법대를 나왔음에도 여전히 불안정한 태수로서는 성공에 대한 갈망이 클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단독 주연작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있어 태수의 감정에 더 공감이 됐단다. “절박함에서 오는 예민함과 발버둥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그는 역할을 위해 10㎏ 감량까지 했다.

“망해가는 동물원 동산파크를 살리기 위해 무모한 프로젝트를 수행해나가는 태수와 ‘해치지않아’로 첫 상업영화 단독 주연을 맡은 안재홍의 모습이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마음을 이입해 패기 넘치는 캐릭터를 표현하면 좋겠다 싶었죠.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잊은 채 이야기에 매료됐던 것 같아요.”

사진은 극 중 모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는 ‘가짜’ 동물들이다. 각각 북극곰(박영규 안재홍) 사자(강소라) 고릴라(김성오) 나무늘보(전여빈)로 변신한 배우들이 어설프면서도 능청스럽게 동물 흉내를 낸다. 안재홍은 “언제 또 이런 연기를 해볼까 싶을 만큼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이었다”며 “동물 탈을 쓰고 연기하면서도 그 안에 있는 인물의 감정이 전해졌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영화 ‘족구왕’,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쌈, 마이웨이’ 등에서 보여준 안재홍 특유의 매력이 이번 작품에도 은은히 배어난다. 진지한데 귀엽고, 절박한데 사랑스럽다. 안재홍은 “코미디를 좋아하지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매번 주어진 인물에 충실할 뿐”이라고 했다.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리라는 포부도 전했다. “2월 공개될 ‘사냥의 시간’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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