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정시 확대=‘공정성’ 대신 ‘다양성 훼손’으로 인식

정시 확대 찬성하는 이유 물음에 “내신 나빠도 수능으로 대입 가능”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정부의 대입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공정성’보다 ‘학생 평가의 다양성 훼손’이라는 점을 더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시 확대 찬성 이유로 ‘수능이 수시보다 더 공정하기 때문’이라는 응답보다 ‘내신성적이 나빠도 수능으로 대입 준비가 가능해서’라는 현실적인 답변이 더 높게 나타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정시 확대 반대 이유 1위는 ‘학생들을 수능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건 다양성을 해친다고 생각해서’가 꼽혔다.

교육시민단체 미래와균형의 김현국 연구소장은 19일 “정시 확대에 대한 응답 결과를 보면 학생들은 학생 평가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교육학적 측면에서 학생들이 기성세대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학생들을 성적 기준으로 수직선상에 순서대로 나열하는 게 그나마 공정하다는 것은 기성세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고생만 대상으로 한 ‘입시제도의 공정성’ 문항과 별개로 ‘입시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고등학생 92.6%, 중학생 85.0%, 초등학생 50.7%가 그렇다고 답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아직 입시가 코앞에 닥치지 않은 중학생 상당수가 입시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데 주목했다.

김 소장은 “한국 학생들은 중학교 때까지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상위권의 학업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지만 결국 4년제 190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같은 공부를 하고 치열한 경쟁을 한다”며 “이른바 좋은 대학에 갈 능력을 갖춘 학생이 10명인데 이 중 1명밖에 못 가는 현실 때문에 일찍부터 입시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훈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무처장도 “학생들은 수시·정시를 떠나 입시제도 자체에 문제를 느끼고 있다”며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한 제도여서가 아니라 그나마 정시라도 확대가 안 되면 좋은 대학에 갈 기회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생들이 시급한 국가과제로 입시제도와(33.5%)와 교육제도(10.9%)를 꼽은 건 예상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환경, 노동, 저출산 등 거시적 이슈에는 관심이 떨어졌다. 황인국 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은 “청소년들이 당장 본인을 둘러싼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자신의 진로에 있어 기회 박탈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에서 입시를 빼면 아이들이 삶을 규정하고 결정할 수단과 기회가 없다”며 “입시에만 높은 관심을 보이는 건 굉장히 씁쓸한 결과”라고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서울 지역 초·중·고교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을 병행해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다.

공공의창은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국여론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현대성연구소·PD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다. 2016년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할 수 있는 조사, 정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는 조사를 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공익성 높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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