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표적인 386세대 정치인인 이 원내대표는 386 교체론에 대해 “나가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좀 잘해라’ 하는 시선도 있을 것”이라며 “후배 세대와 협력하며 나아갈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면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다시 보게 됐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당은 ‘4+1 협의체’와 ‘쪼개기 국회’를 편법이라 몰아세웠지만 이 원내대표와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안, 유치원 3법까지 문재인정부의 핵심 개혁과제 입법 절차를 마무리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만난 이 원내대표는 개혁 입법 완수에 이어 총선 승리라는 과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총선에서 공정, 혁신, 미래라는 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의 시대적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서 (선출된) 권력과 다르게 언론, 종교, 시장, 지식인 이런 부분들이 헤게모니(패권) 행사를 해왔다. 이번 총선에선 권력 교체를 넘어 패권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총선에서 이긴다면 사회적인 패권의 재균형이 이뤄지면서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새로운 사회로 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종교 부문의 헤게모니 변화란 어떤 의미인가.

“전광훈 목사가 광화문 앞에서 (집회)하는데도 대다수 건전한 교회는 꼼짝하지 않는다. 극우화된 기독교와 온건한 기독교 간에 구분이 시작됐다. 그런 분들이 종교계를 대표할 수 없음이 확인될 것이다.”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의원들과 만나 무얼 우려하는지 의견을 청취 중이다. 공정, 혁신, 미래라는 가치에 대해 ‘우리끼리 이렇게 보완한다’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가령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세우고, 지역별 대표선수를 앞세우는 것이 당의 입장에선 혁신이고 보완일지 몰라도 국민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새로워진 것으로 보일까. 심지어 이인영이 해도 국민 눈에는 ‘꼰대’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선거를 현실적인 관성을 갖고 할지, 혁신의 가치를 갖고 할지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공정이나 미래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도층을 누가 잡느냐의 싸움이라는 지적이 많다.

“2020년 총선을 단순히 자유한국당을 심판할지, 문재인정부를 심판할지의 싸움으로만 가져갈 경우 과연 국민의 새로운 정치적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사수해야 한다는 사람 30%, 그걸 죽어라 반대하는 사람 30%가 투표장에 나올 수 있지만, 그 중간의 40%는 어떻게 할 것인가. 총선이 공정, 혁신, 미래라는 가치 위주로 치러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겠다.”

-중도층과 관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 국면에서 국론이 분열된 건 사실이다. 대통령도 언급했듯 저 역시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국민께 송구스럽다. 그 시점에 ‘선 임명, 후 수습’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정국을 운영했다. 젊은층의 실망 등 시중의 비판 여론을 몰라서 그랬던 건 아니다. 모든 국민의 공감을 얻는 건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견뎌내면서 검찰 개혁의 에너지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례민주당을 만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우리가 하기 어렵다. 비례표를 사표화할 수 없으니 어느 시점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갖는 취지, 즉 양당 중심의 극단적 대결 구도에서 유연하게 다당제 구도의 합의제 민주주의를 향해 가려 했던 것을 우리 스스로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가치와 이익의 적절한 균형이라는 합리성을 잃어버리면 이기기도 쉽지 않다. 우리 국민은 굉장히 현명하고 예리하다.”

-386세대 교체론에 대한 생각은.

“어떤 특정한 편향에서 386세대를 내쫓아야 한다는 해석과는 다르게 보고 있다. ‘나가라’고 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좀 잘해라’고 하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우리 정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문재인 대통령 때도 세대와 세대의 싸움이 아니라 세대 간 협력을 통해 국정을 운영해 왔다. 그렇게 선배들을 도와 왔고, 이제 비로소 우리가 직접 해보고 있다. 우리가 후배들에게 경쟁의 대상이지만 아직 후배 세대들과 협력하며 나아갈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면 더 좋겠다. 여기서 우리가 잘하면 후배들이 우리를 협력할 대상으로 볼 것이다. 내가 잘못하면 나가라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갈 것이다.”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은 본인에겐 어떤 시간이었나.

“전투의 시간에선 어찌 보면 성과도 있었지만, 민생 등 실제로 하고 싶은 건 시작도 못 했다. 지지자들에게 잘 싸웠다는 믿음을 줬고, 중간층에게는 어쨌든 뭔가를 매듭지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후배들과 20, 30세대에게 한국 사회가 달라질 수 있는 변화, 미래를 위해 뭔가 잘했구나 하는 평가는 아직 받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터넷 고속망을 쫙 깔아서 후대의 먹거리를 만들어준 것처럼 지금 전력을 다해 디지털 경제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일을 하고 싶다.”

-야당과 협상을 잘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합리적 보수와 유연한 진보가 공존을 통해 만들어내는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공안검사 출신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보여준 경직성에 부딪혔다. 그래도 공직선거법 등 내용면에서는 80% 한국당과 합의를 이뤘다. 그럼에도 (결국 충돌한 것은) 민주주의자로서의 제 삶에 상처가 됐으면 된 대로 제가 지고 가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다음 정치 행보가 궁금하다.

“원내대표를 했으니 그 다음은 당대표, 장관, 서울시장 등 이런 식의 관성적인 스펙을 따라 움직이는 욕망의 정치는 하지 않겠다. 미래를 대비해 통일 대통령이 될 수 있을 후배를 키울지, 평화 시대에 빠른 도약을 이끄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지 근본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겠다.”

김나래 신재희 박재현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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