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 이제는 경찰개혁이다

황문규 (중부대 교수·경찰행정학과)


1954년 검찰 파쇼보다 경찰 파쇼를 더 경계한 결과, 검찰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몰아주었던 기형적 형사사법구조가 65년 만에 정상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지난 1월 13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은 경찰에 1차적 수사권 및 종결권을 부여하고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경찰 수사의 독립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제 국민에 대한 수사 서비스도 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경찰은 그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만 하면 끝’이라는 행태에서 벗어나 보다 책임감 있게 수사에 임할 것이다. 검찰은 수사지휘를 매개로 ‘경찰의 수사가 곧 검찰의 수사’가 되었던, 그래서 경찰의 수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던 입장에서 벗어나 90일간 매의 눈으로 경찰 수사의 잘잘못을 찾아내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지휘의 본질은 수사에서 경찰과 검찰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 있었을 뿐 인권침해에 대한 통제는 부차적이었다.

검찰은 직접 수사에서 벗어나 기소된 범죄자에게 유죄의 심판을 받게 하는 공소유지에 집중할 것이다. 죄를 짓고도 유능한 변호사를 산 덕분에 어이없이 풀려나는 운 좋은 범죄자가 줄어들 것이다. ‘범죄자를 잡으면 뭐하나? 재판에서 다 풀려나는데’라는 경찰의 탄식도 사라질 것이다. 범죄자에 대한 사적 복수를 통제하기 위해 피해자를 대신한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외면받았던 피해자 보호도 강화될 것이다. 처벌 중심의 응보적 정의의 관점에서 벗어나 피해자가 받은 상처를 회복시키는 ‘회복적 정의’도 구현될 것이다. 검찰도 이제 권력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수사권이 검찰에 집중되어 검찰만 잘 조종하면 되었던 수사구조가 깨졌기 때문이다. 권력자도 검찰의 힘을 빌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 검찰, 그리고 곧 신설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쟁적 견제 관계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에서 뺀 권한을 경찰에 주는 것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우리 역사에서 힘 있는 권력기관치고 국민 편에 선 순수한 기관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경찰 개혁이라고 하여 경찰을 통제 대상으로만 인식, 필요한 경찰권까지도 행사하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첫째, 수사(사법)경찰이 아닌 일반(행정)경찰의 부당한 수사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이미 경찰의 수사기능만을 분리하여 별도의 지휘체계를 가진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경찰청 내에 신설하고,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경찰청장·지방경찰청장·경찰서장의 개입을 차단하는 경찰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경찰의 모든 수사가 국수본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다만 국가수사본부장에 권력자의 부당한 수사개입을 막아줄 사람을 임명하고, 경찰의 모든 수사를 담당하게 될 국수본이 새로운 거대권력기관으로 진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역량을 갖춘 수사경찰을 채용하는 방안을 신설하여 경찰의 전문수사역량도 제고해야 한다.

둘째, 경찰권 비대화를 해소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 핵심은 현행 지구대·파출소 대부분을 18개 광역시·도에 설치하는 자치경찰로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현재 제주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치경찰제와는 달리 국가경찰의 지역적 분산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자치분권위원회의 도입방안이 법안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사무 및 초동조치권이 제한되는 등 ‘무늬만 경찰’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인데, 이를 어떻게 수정·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자치경찰도 국가경찰과 같이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보통의 경찰'로 만드느냐의 문제이다.

셋째,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여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로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경찰 비리를 조사하고 징계(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경찰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넷째, 최근 공무원 직장협의회법 개정으로 경찰도 내부적 통제장치 역할을 하는 직장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 조사 등에 종사하는 경찰관의 가입이 제한돼 경찰직장협의회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개선·보완 또는 그러지 않을 경우 최근 법무검찰개혁위에서 권고한 '수사협의체' 구성 및 활동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황문규 (중부대 교수·경찰행정학과)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