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유럽, 아시아까지, 80대에서 30대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화랑가에 외국 작가들의 전시가 러시를 이룬다. 국적과 연령대가 다른 작가들이다 보니 십자군 전쟁부터 힐링의 낙서 미술까지 주제의 스펙트럼이 넓다.

서울 삼청동 화랑가에 외국 작가 개인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고향’전에 나온 와엘 샤키 작품 설치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바라캇컨템포러리는 베니스비엔날레(2003), 카셀 도큐멘타(2012) 등에 초청받은 이집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 와엘 샤키(49)의 개인전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전(31일까지)을 한다. 작가는 영상을 중심으로 드로잉, 페인트,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제와 허구가 혼재하는 내러티브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표제 작품은 이집트 남부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 마을을 방문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곳 주민들은 지하에 묻힌 보물을 찾으려 땅을 파고 연금술을 통해 고대의 비밀을 찾고자 했다.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 Ⅲ’는 반전의 필름 색조를 통해 파라오의 폐허 안으로 들어가는 영상이라 외계문명의 폐허를 탐험하는 것처럼 낯설고 기이한 느낌을 준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이 중동 미술을 조망하기 위해 마련한 기획전 ‘고향’(3월 8일까지)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십자군 카바레’ 3부작은 중동의 시각에서 십자군의 역사를 추적한 것으로 그를 국제적인 유명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아라리오갤러리 첸위쥔의 ‘결혼 연회’(2018).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아라리오갤러리의 중국 작가 첸위쥔(44) 개인전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2월 22일까지)는 아시아적인 느낌이 배어 나온다. ‘11제곱미터의 공간’은 신문지와 전통 한지, 먹과 아크릴이 콜라주된 작품이다. 작가는 신문지와 포장지 등으로 집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만들어 붙이고 배경에는 수묵화 기법으로 기억 속 고향의 풍경을 그렸다. ‘결혼 연회’는 각지에 흩어져 사는 작가의 가족이 행사에 모여 흥겹게 지내는 동양의 문화를 분홍색조의 반구상화로 묘사했다. 개인, 사회, 문화의 정체성이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집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아라리오 측은 밝혔다.

공근혜갤러리의 팀 파르치코브 사진 작품 ‘버닝 뉴스’(2011). 공근혜갤러리 제공

공근혜갤러리는 러시아의 사진작가 팀 파르치코브(36) 개인전 ‘버닝 뉴스&언리얼 베니스’(2월 2일까지)를 한다. 버닝 뉴스는 설경을 배경으로 불타는 신문을 움켜쥐고 서 있는 남자의 정면상을 찍은 사진으로, 미디어에 과부하가 걸린 현대인의 처지를 풍자한다. 사진 속 인물이 들고 있는 신문은 진보에서 보수를 망라한다. 흰 눈밭이 주는 정적인 느낌과 활활 타오르는 불의 강렬한 대조가 주제의식을 극대화한다.

초이앤라거갤러리 로즈 와일리의 ‘노란 수영복’(2019). 초이앤라거갤러리 제공

위의 전시들이 사회성 있는 주제를 다뤄 다소 무겁다면 초이앤라거갤러리는 경쾌하다. 영국 작가 로즈 와일리(86) 개인전 ‘내가 입었던 옷들’(2월 18일까지)은 힐링의 시간을 제공한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낙서 같은 그림이라 보고 있으면 기분이 밝아진다. 작가가 과거에 입었던 옷들에 관한 기억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이 회화와 드로잉 판화 등으로 나왔다. 옷을 입은 여자 인형 그림은 여성이라면 소녀 시절 그려봤던 기억이 있어 추억을 소환한다. 작가는 가정주부로 살다 47세가 돼서야 영국 왕립 미술 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테이트 브리튼에서 개인전을 열고 2014년 존 무어상 등 중요 미술상을 받으면서 70대가 되어서야 미술계에 ‘고령의 신진 작가’로 부상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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