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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7년, 하나님만 바라보는 인내·겸손의 과정이었다”

[신년 대담]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오정현 서울 사랑의교회 목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교회 목양실에서 초갈등시대 한국교회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사랑의교회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투영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고 옥한흠 목사의 사역과 리더십을 이양받은 오정현 목사의 목회사역이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회창립 40주년을 맞아 ‘제자훈련 선교교회’로 방향성을 제시한 오정현 목사를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대담=정진영 국민일보 종교국장

-교회 입구에 기도실이 있다.

“교회 근처에 대법원과 대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초경찰서가 있다. 교회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면 절망적인 마음이 강할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교회를 이곳에 세워주신 이유는 무엇일까. 고통당하는 분들에게 교회가 있으니 기도하면서 힘내라는 메시지를 주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기도실을 24시간 개방한다. 대법원 대검찰청보다 교회가 기도를 위해 불을 켜는 시간이 빠르다.”

-미국에서 이민목회를 하다가 2003년 귀국해 목회를 시작했다.

“1982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21년간 살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고 신문과 잡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 있지 않다 보니 한국사회를 잘 몰랐다. 1980~90년대 한국사회에 정신혁명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야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 강남 요지에 교회를 건축했다.

“2003년 부임한 뒤 교회가 부흥하면서 안전문제가 대두될 정도로 공간문제가 심각했다. 주변에서 예배당을 건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엄청난 헌신을 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땅을 주시면 건축허가가 나게 하실 것이고, 건축허가가 나면 건물을 짓고 입당과 헌당을 하게 해주실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을 갖고 진행했다. 만약 한국사회의 정서를 모두 알았다면 절대 건축을 안 했을 것이다. 다들 안된다고 했지만, 어린아이처럼 심플하게 주님만 바라보고 하자고 했다. 주변을 좀 더 돌보면서 겸손하게 추진했어야 했는데,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

-7년간 교회분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말 7년이나 갈 줄은 몰랐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 입장이 다른 성도들과 꾸준히 소통해야 했는데…. 다윗은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집에 있는 푸른 감람나무 같음이여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영원히 의지하리로다’(시 52:8)는 말씀에서 볼 수 있듯 고통의 절정에서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의 집에 있는 푸른 감람나무처럼 하나님을 의지했다. 그래서 우리도 다윗처럼 살아있는 예배자, 참 예배자로 무너진 다윗의 장막을 회복하자고 예배에 전력투구했다. 매 주일 임하시는 성령님, 복음이 살아 있는 예배에 집중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것 같다.

“내 마음이 무너지면 수많은 성도들이 흩어지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포기하는 것은 목자의 자세가 아니었다. 2가지 원칙을 갖고 나아갔다. ‘첫째, 끝까지 주님을 신뢰한다. 둘째, 말씀대로 목회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고난의 시기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더욱 찾아갔다. 일이 정리되는 대로 반대 측에 계신 분들도 찾아뵙고 위로하고 싶다. 그들도 사랑의교회 성도다.”

-고난을 겪고 난 뒤 어떤 깨달음이 있었나.

“하루하루 돌덩이처럼 가슴을 짓누른 것은 교회 어려움으로 인해 시대 앞에 교회의 영광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회를 사랑하고 눈물의 기도로 지켰던 성도들을 생각하면, 형언할 수 없는 고마움이 컸다. 개인적으론 ‘하나님의 손길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룩한 무력감이 컸다. 철저히 겸손하라는 명령이었다. 지난 7년은 사랑의교회가 터럭조차 ‘내 것’이라는 생각을 무력화시키고, 온전히 ‘하나님의 것’이라는 생각만 결정(結晶)시킨 시간이었다.”

-교회 공동체는 어땠나.

“지난 7년은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체질로 바뀌는 인내와 겸손의 과정이었다. 주님이 주신 고난을 자본으로 삼는 시간이었다. 특히 ‘고난은 침체가 아니라 축적이 되면 앞으로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것을 체득했다. 한국교회도 현재 겪는 고생을 단순히 부정적 침체로 보지 말고 축적을 해서 복음의 세계성을 드러내야 한다. 그 복음을 믿으면 시골 할머니도, 달동네 청년도, 누구든지 하나님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

-복음의 세계성은 무엇을 뜻하나.

“인류 역사에서 전 세계를 움직인 나라는 제국주의의 특성이 있었다. 제국주의라는 말 자체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제국에는 긍정적 역할이 있다. 제국은 도량 언어 치세 등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을 만든다. 로마가 그랬고 미국이 그랬다. 한반도는 제국에 종속돼 늘 영향을 받았다. 세종 때와 영·정조 시대 잠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적은 있지만, 글로벌 스탠드를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복음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복음의 유일성 때문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선교사를 많이 보내는 선교대국이 됐다. 한국교회는 전체를 바라보는 거대한 안목, 선교적 시각을 갖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

‘멘토의 수혜자로서 목회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오 목사는 “옥한흠 목사로부터 목회 본질을, 박희천 목사로부터 성경사랑, 김동명 목사·안이숙 여사로부터 십자가 신학을 배웠다. 아버지로부터는 삶 자체가 신앙인 것을 배웠다”고 했다. 오 목사의 부친과 오 목사, 미국에 거주하는 아들은 3대가 모두 맨바닥에서 교회개척을 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한국교회가 글로벌하게 나아가는 것, 거룩한 믿음의 유산을 계승하고 거룩한 글로벌 마인드를 전수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17일 오정현 목사가 정진영 종교국장(왼쪽)과 대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올해 교회 비전은.

“2019년은 헌당의 기쁨 속에서 사랑의교회를 하나님께 올려드린 감격스러운 한 해였다. 2020년은 하나님의 집에 뿌리내린 ‘푸른 감람나무의 꿈과 생명과 헌신으로’ 사랑의교회를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오는 3월부터 ‘2020 푸른감람나무 사역’을 시작한다. 복음에 적대적인 시대 속 어떤 환경에서도 생명력을 갖고 세속의 조류를 역류하며 살도록 무장하는 캠페인을 펼칠 것이다.”

-다음 달 아프리카 가나에서 제자훈련 세미나를 연다.

“2월 3~8일 아프리카 가나에서 5000여명의 교회지도자들이 모여 제자훈련 콘퍼런스를 한다. 단지 가나의 교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의교회는 이미 아프리카의 동쪽에 있는 에티오피아 교회와 협력하고 있고, 이제 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가나와 함께하면, 동과 서가 복음으로 연결돼 이슬람의 남하를 막는 견고한 복음의 방파제가 될 것이다.”

-제자훈련의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 사랑글로벌아카데미(SGA)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적용과 나눔을 위한 사역의 일환이다. SGA는 지역을 뛰어넘어 글로벌 스탠다드로 전세계 크리스천 인재를 모을 것이다. 그래서 반기독교 문화를 복음으로 전복하고, 맡겨진 자리에서 성경적인 문화를 세우고 확장하는, 최상의 실력을 겸비한 오픈 소사이어티(Open Society) 기능을 할 것이다.”

-국민일보와 공동으로 미주 한인교회를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은 피로 맺은 동맹이다. 한국교회는 한·미 양국이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정신으로 귀중한 동맹자산을 이어가야 한다. 선교사 파송 1위인 미국교회와 선교사 파송 2위인 한국교회가 협력한다면 엄청난 복음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강점인 열정이 미국교회의 강점인 합리성과 결합해 조화를 이룰 것이다.”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교회 역할은.

“한국사회는 오랫동안 지역이나 이념이나 세대 간의 갈등으로 분노의 고착화, 분노의 일상화가 됐다. 한국인은 그 어느 민족보다 성령이 충만하고 뛰어난 민족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강점이 아닌 약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보기 전 강점을 보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비난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우리 사회에 내재한 갈등 중에서도 세대 지역 계층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보여주신 사랑을 실천하고, 자기 부인을 통한 변화의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0년 새해를 맞아 덕담을 해달라.

“주님께서 허락하신 가슴 뛰는 새해가 시작됐다. ‘그는 돋는 해의 아침 빛 같고 구름 없는 아침 같고 비 내린 후의 광선으로 땅에서 움이 돋는 새 풀과 같으니라’(삼하 23:4)는 말씀처럼 아침에 돋는 햇볕같이 희망찬 나라, 비 온 뒤에 움트는 새싹같이 생명력 있는 민족을 겸손하게 섬기는 일에 함께하자.”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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