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인은 가난하다. 장년층(65세 이상)의 지갑 사정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나쁘다. 소비·저축을 위해 언제든 쓸 수 있는 돈인 ‘가처분소득’이 적은 게 문제다. 65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전체 가구당 평균 가처분소득의 65.1% 수준에 불과하다. 75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더 심각하다. 75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 비중(전체 가구당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이 50%대에 머무는 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뿐이다.

이는 노후생활을 해야 할 장년층을 일터로 내모는 요인이 된다. 나이 때문에 ‘질 좋은 일자리’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나랏돈을 들여 만드는 일자리 덕에 소득이 늘고 있지만, 한시적이다. OECD는 장년층의 노후를 위해서라도 기초연금 외에 맞춤형 연금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일 OECD에 따르면 콜롬비아를 제외한 36개 회원국의 가구당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65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87.4%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이 1000만원이라면 65세 이상 가구는 874만원을 가처분소득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장년층은 경제활동이 활발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아니기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낮은 게 정상이다. 다만 국가 간 비교통계를 보면 한국은 유독 심각하다. 한국 65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 비중(65.1%)은 OECD 평균치보다 22.3% 포인트나 낮은 데다 36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꼴찌다. 65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 비중이 70%도 안 되는 나라는 한국과 에스토니아(66.1%)뿐이다.

여기에다 한국은 나이를 먹을수록 사정이 더 나빠진다. 75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 비중은 54.6%에 불과하다. 상위권인 룩셈부루크(102.4%)나 프랑스(97.7%)와 비교하면 차이는 극명하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장년층이 은퇴 후에도 일자리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7만7000명이나 늘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3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정부가 노인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단시간 일자리에 장년층이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일자리는 고용 시한이 정해져 있는 시간제 일자리다. 시간이 지나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다시 빈곤이 찾아오게 된다. OECD는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찾아오는 노인 빈곤의 문제를 풀기 위해 기초연금이라는 사회보장제도 외에 추가 안정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ECD는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 등 비전형 근로자들을 위해 적립기간이 짧고 조기 인출이 가능한 연금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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