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16 대책에 이어 1주택자 전세대출 금지로 부동산 수요 옥죄기와 갭투자 철퇴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시장이 봄 이사철을 앞두고 본격 빙하기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토끼몰이가 올해 어떤 방식으로 결착이 날지 시장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주택자의 전세대출 금지는 물론 9억 이상 1주택자의 추가대출까지 억제하는 고강도 전세대출 규제가 지난 20일부터 시행됐다. 새 규제 체제 내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전세대출은 유예기간을 끝으로 결국 차단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두고 ‘전세 사는 1주택자=갭투자자’라는 도식에 따른 표적규제에 가깝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12·16 대책 이후 매매가 상승폭을 줄여나가던 시장은 최근 완연히 관망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일단 시장의 거래잠김과 관망세를 두고 “12·16 대책 이후 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로 전환되고 있다”며 정책 순기능을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9억원에 육박해가는 상황에서 기존 제도에 맞춰 자금계획을 세우고 주거 연장 및 이전을 고민해 온 실수요자들은 갑작스런 철퇴에 ‘장고(長考)’를 거듭하게 됐다. 정부의 자신감과 별개로 전세시장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불안정한 상승국면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서울에선 지난해 12월 최고 0.23%의 전세가격 변동률이 관측됐고, 새해 들어서도 0.10%대 상승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규제가 강화돼 내 집 마련을 일단 접고 임대시장에 자진해 머무는 전세수요가 늘어나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학군수요와 맞물린 강남, 마포, 양천구 등 주요지역 전세값 급등에 ‘규제-풍선효과-규제’의 악순환이 전세시장에서도 재차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중계업소 관계자는 “매매시장에서 규제로 때린 곳마다 가격 상승 및 풍선효과를 억제하지 못했듯 전세대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많은 재계약 수요가 도래하는 3월이면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했거나 집을 구매했지만 교육 문제로 다시 전세를 살고 있는 청장년층 1주택자들이 이번 대출규제의 영향을 직접 체감하게 될 전망이다. 이들은 수요-공급의 예정된 불균형에 따라 전세가격 상승의 부작용을 이중으로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가주택 세입자를 내보내고 본인들이 억지로 들어가기엔 전세금반환대출 한도 역시 줄어들었고, 자신들의 전셋집 연장을 위해선 추가대출 없이 전세금 인상분을 마련해야 해 추가자금 마련이 강제된다. 이들 모두를 투기라고 하기에는 서울 주택시장 내 해당 계층의 비중이 적지 않다.

정부는 전월세상한제 카드까지 이중으로 꺼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20일에는 법무부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안 검토에 본격 착수한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가를 인위적으로 찍어 누르는 방식에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이는 현 정부의 ‘강남 정밀타격’에도 불구하고 고가 아파트 가격이 외려 치솟으며 양극화만 깊어진 사례에서도 확인 가능한 우려다. 직방이 공개된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분석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격 상위 10%의 평균값이 21억3394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불과 2년 전인 2018년 17억5685만원에 비해서도 3억7709만원, 21.5%나 상승한 수치다. 상위 10% 가격 상승은 계속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정부가 2년 내내 몰아붙였던 강남 3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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