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글로벌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학(GBC)과 학생들이 지난해 싱가포르의 구글 아시아태평양지사를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대 제공

#지난달 2일 오후 조선대 중앙도서관 앞. 민영돈 신임 총장이 샌드위치를 학생들과 나눠 먹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출범을 앞둔 2020년 총학생회 간부진도 기꺼이 동참했다. 대학측은 학생들이 활발히 의견을 내도록 ‘총장에게 바란다’는 게시판도 별도 설치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민 총장에게 “해외취업 기회를 늘려달라” “장학금 혜택을 확대해 달라”는 등 당찬 건의를 이어갔다.

#지난 14일 오후 조선대 후문 인근의 한 음식점. 민 총장은 미국취업에 성공한 ‘K-MOVE 스쿨’ 참여 학생 20명과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미국 뉴저지로 출국하는 김도희 학생(23·영어영문학과)은 “막연히 꿈꿨던 해외취업이 실현돼 기쁘다”고 했다. LA 물류업체에 취업한 김현재 학생(25·아랍어학과)은 “더 많은 학우가 해외취업에 성공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호남의 명문사학 조선대가 침체기를 벗어나 부활의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2018년 교육부 대학기본역량 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뒤 벌어진 지난해 ‘총장 퇴진’ 논란을 넘고 있다.

조선대는 1946년 개교한 국내 유일의 민립대학이다. 광주·전남 지역민 7만2000여명이 주축이 된 설립동지회가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설립했다. 한때 대학을 사유화했던 초대총장 박철웅(1912~1999)은 6·25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에 대학을 떠났다 1963년 박정희정권 때 수완을 발휘해 대학에 복귀했다. 하지만 전횡을 휘두르다가 1987년 학내민주화 투쟁에 밀려 대학에서 쫓겨났다. 이후 대학은 장기간 관선이사 체제를 거쳤다. 지난해 말 교육부의 ‘정(正)이사’ 전환 결정으로 향후 재산권 행사는 물론 산하 2~3년제 대학 등의 합병·해산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도약의 디딤돌을 놓아 명실상부한 조선대의 백년대계를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초 이 대학은 또 진통을 겪었다. 강동완 당시 총장이 교육부평가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강등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선언한 게 단초였다. 그런데 강 총장이 오래잖아 입장을 철회하면서 소송 등 내홍이 끊이지 않았다. 한동안 ‘한 대학 두 총장’에 이어 한때는 ‘한 대학 세 총장’이란 기형적 체제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1일 총장선거에 이어 11월29일 학교법인 이사회의 임명장 수여를 고비로 논란은 꼬리를 감췄다. 민 총장은 4명의 후보 중 58.7%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조선대 전경 모습. 뾰족한 지붕모양의 흰색 건물은 전체길이 375m의 조선대 본관이다. 조선대 제공

조선대는 해외취업 준비에 특화된 글로벌비지니스커뮤니케이션학과(GBC)를 중심으로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운영 중인 ‘K-MOVE 스쿨’을 내실화했다. GBC학과는 국제화 프로그램과 해외 취업 관련 교육을 전담한다. 해외취업 특성화교육 로드맵을 설정해 학년별 단계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화상면접이 아닌 현지 대면 인터뷰가 이 학과출신 구직자들의 현지취업 성공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학생들은 현지에서 회사의 업무 분위기 등을 파악하고 취업을 결정할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기업을 잘 찾을 수 있고, 향후 이직율도 낮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3년간 학과 졸업생 15명이 싱가포르 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임정혜 GBC학과장은 “글로벌 감각과 소양을 두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실제 취업까지 연계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공고히 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대 학생들이 싱가포르 코트라본부를 견학하는 장면. 조선대 제공

‘해외취업 일류대학’을 지향하는 조선대는 이처럼 국내 고용시장의 한파를 피해 해외취업의 높은 장벽에 도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수도권 대학들의 전유물로 인식돼온 ‘글로벌 인재양성’에 뛰어든 것이다. ‘K-MOVE스쿨’ 사업도 4년째 진행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59명의 학생이 미국에 취업하는 눈부신 결과를 냈다.

조선대는 2015년부터 경상계열 등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경영사무, 마케팅, 회계, 리서치, 데이터 분석 등의 직무연수를 진행했다. 참여 연수생은 연수비와 비자발급비 일부를 국비 지원받을 수 있다.

윤오남 취업학생처장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해외 취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해외 취업시장 분석과 취업정보를 공유해 현지 실무 체험을 쌓은 뒤 해외 취업에 이를 수 있도록 학생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작년 12월 취임 민영돈 신임 총장
“글로벌 인재 양성 최선… 신뢰받는 명문으로 거듭날 것”



“호남지역 글로벌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새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더 이상 지역민들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고 신뢰받는 명문사학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민영돈(62·사진) 조선대 제17대 총장은 학교 발전의 핵심가치로 ‘학생 중심 경영’을 제시했다. 조선대 건학이념을 토대로 한 개성교육, 생산교육, 영재장학교육 등의 대학경영 혁신도 언급했다. 교육·산학·경영 등 학생 중심으로 추진될 3대 혁신의 성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해 함께 재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창의력 증진 프로그램 개발, 단과대학 창업스테이션 설립, 긴밀한 산학연계 시스템 구축 등을 역점사업으로 내세웠다.

민 총장은 “취임 직후 첫 행보로 ‘학생들과 간식데이’, 총학생회 임원에 이은 학내 학생언론인과 유학생 면담 등을 선택한 것은 학생을 중심에 두고 대학을 운영한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는 ‘눈높이 총장’이 되겠다는 뜻이다. 그는 “조선대는 졸업생들의 글로벌기업 취업, 해외기업 취업을 선도하는 특화 대학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다른 대학에는 없는 특성학과와 교육과정을 통해 반드시 이 목표를 이루겠다”고 했다.

“대학의 교육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경영난은 해마다 가중되고 있습니다. 교육부 평가에서 ‘경고’를 받은 조선대는 훨씬 더 절박합니다. 고교 졸업생보다 많은 대학정원, 11년째 동결된 등록금 같은 문제도 정말 난제입니다. 하지만 70여년 연륜을 쌓은 국내 유일 민립대학이라는 예전의 명성을 기어코 되찾는데 온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민 총장의 목소리는 결연하기까지 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학내에 쌓인 여러 논란의 앙금을 가라앉히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총장이라는 자리의 권위를 모두 내려놓고 가장 앞장서서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조선대 모든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지켜야 합니다. 과거 낙제점을 받았던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평가에서도 반드시 좋은 성적을 받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선독립 만세, 조선대학만세입니다.”

조선대 의과대를 졸업한 민 총장은 1989년 모교 외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 외과과장, 기획실장, 조선대병원장을 거쳐 대한위암학회 회장을 지냈다. 2009년에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한국 100대 명의와 위암분야 10대 명의로 선정되기도 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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