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거울 중에 때거울이 있다는 것이지요. 어릴 적 초등학교 교실 마룻바닥이 그랬습니다. 물로 청소하기 어려운 겨울이 되면 집에서 가져온 기름을 마른걸레에 묻혀 교실 바닥을 닦고 또 닦고는 했습니다. 그런 손길이 쌓이고 쌓이면 교실 바닥에서는 반질반질 윤이 났지요.

고향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넓은 송판으로 만들어진 예배당 바닥에서는 뭔가 헤아리기 어려운 깊은 빛이 우러났습니다. 검붉은 송판에서 우러나는 빛은 마치 그것이 믿음의 빛인 양 웅숭깊은 느낌으로 전해지곤 했습니다. 예배하러 나온 교우들의 발길이 닿고 닿아서, 기도하러 온 교우들의 무릎에 닳고 닳아 만들어진 빛이지요. 그렇게 어릴 적 예배당 바닥에선 신비한 빛이 반짝였습니다. 반짝이는 윤기에 사람의 얼굴까지 비춰볼 수 있는 바닥을 때거울이라 불렀던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때거울이야말로 우리 내면을 비춰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거울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리로 된 거울이야 우리의 겉모습을 비출 뿐이니 말이지요.

오늘 우리의 신앙이 가볍거나 형식적으로 된 것은 때거울을 잃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프도록 무릎을 꿇는 그 시간을 잃은 것이지요. 우리 믿음과 영혼이 맑아질 수 있는 길은 때거울을 되찾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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