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팎 사람들 이야기 잇는 열린 플랫폼 되고 싶어”

청어람ARMC 오수경 신임대표


복음주의권의 대표적인 교육단체인 청어람ARMC의 새 대표에 신학생이나 목회자가 아니라 40대 여성 평신도가 선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 낙원상가의 청어람ARMC 사무실에서 오수경(사진) 신임대표를 만났다.

“실무자일 때와 크게 달라질 게 없어요. 저는 여전히 성실한 기독교 활동가입니다.”

청어람은 2005년 높은뜻숭의교회의 후원으로 문을 연 기독교 아카데미단체다. 오 대표는 수강생으로 청어람을 찾아왔다가 2011년 실무간사로 일을 시작했다. 청어람은 지난달 30일 그를 신임대표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그의 사무실 책상도 의자도 그대로였지만 대표라는 직함이 주는 무게 때문인지 인터뷰 내내 낱말을 조심스럽게 골라가며 말했다.

“고민을 했죠. 복음주의 영역은 중년 남성 중심이라서. 그럼에도 대표를 맡아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제가 사랑했던 이 단체가 어려움을 딛고 성장하려면 외부의 명망가가 와서 맡는 것보다는 내부에서 성장한 실무자가 리더십이 되는게 더 합당하고 건강한 모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성별이나 나이가 약점이 되는 문화 내지 편견을 저 스스로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요.”

청어람은 지난해 안팎으로 큰 시련을 겪었다. 보수교단에서 청어람을 연구단체로 지목해 일종의 사상검증을 거쳤다. 9월에는 청어람 창설자인 전임대표가 불미스러운 일로 갑자기 사임했다. 거센 비난을 받았고 우려도 컸다. 오 대표가 선임되기까지 100일 이상 리더십의 공백이 있었다.

“청어람이 그동안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역할을 했는데, 저희 안에서 생긴 문제도 그런 비판의 무게에 합당하게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독교 복음주의 단체라는 저희의 신앙적 정체성이 저희 스스로 조금 더 높은 기준을 가지고 엄중하게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청어람의 조치는 신속하고 모범적이었다. 문제가 발견되자 바로 조사를 했고, 전임대표는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물러났다. 후원자가 줄고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는 진통을 겪었지만 위축되지 않고 평신도 여성 대표 선임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위기의 수습을 넘어 청어람 2기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오 신임대표는 첫 서신에서 아카데미 운동과 함께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 새로운 신앙운동이라는 3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아카데미 운동에서 조금 더 폭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사람과 이야기를 이어주는 플랫폼이 되도록 힘을 쓰려고 합니다. 교회 바깥에서 새로운 신앙을 모색하는 분, 교회 안에서 분투하는 분, 더러는 믿지 않는 분들도 여기라면 새로운 기독교를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찾아오는데,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엮어내 ‘기독교가 이런 모습도 있구나’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청어람은 기독교계의 젊은 연구자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고 강좌 공모를 열어 새로운 연구결과와 다양한 배움을 원하는 이들을 연결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도나 안내자, 함께 길을 찾아가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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