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혹은 괴짜. 크로아티아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62·사진)에게 곧잘 따라붙는 수식어다. 음악계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그는 과감한 음악적 해석으로 호평과 악평을 동시에 들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독보적 음악세계를 구축해 왔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대로 유니크합니다. 표현 방식을 선택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있거든요.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개성이자 독특함이라고 생각합니다.” 15년 만의 내한 공연을 앞둔 포고렐리치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나라”라며 “관객들이 음악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고렐리치는 다음 달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바흐 ‘영국 모음곡 3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1번’, 쇼팽 ‘뱃노래 & 전주곡 C#단조’, 라벨 ‘밤의 가스파르’를 선보이는데, 바흐나 라벨 등 청년 시절 연주했던 곡들도 포함됐다.

“저의 과거와 현재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과거 제 모습에 익숙한 분들은 세월과 함께 진화한 부분을 찾아낼 것이고, 제 이름과 연주가 생소한 젊은 관객들은 저의 음악만이 갖고 있는 다양한 매력을 만나보실 수 있길 바랍니다.”

포고렐리치의 쇼팽 콩쿠르 일화는 유명하다. 1980년 제10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당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포고렐리치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자 심사위원이었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그는 천재”라고 강력 반발하며 심사위원직을 사퇴하기까지 했다.

이후 포고렐리치는 베를린·빈·런던·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슬럼프도 있었다. 스승이자 스무 살 연상의 아내인 알리자 케제랏제가 1996년 죽고 2000년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우울증이 심해져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다.

이전과 비교해 본인의 음악이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그는 “크게 변한 점은 없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음악은 각자가 바라보는 대로 끊임없이 새로 발견되고, 또 변화합니다. 흐르는 시간과 함께 진화하고 있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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