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1일 호르무즈해협 일대로 파견한 청해부대 왕건함 모습. 사진은 지난달 27일 부산해군작전사령부에서 왕건함이 출항하는 모습.

정부는 21일 청해부대 작전 해역을 기존 아덴만에서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키로 했다면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파견 병력 규모가 청해부대 정원 320명을 넘지 않는 데다 유사시에는 청해부대 임무 지역을 넓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가결된 청해부대 파견연장 동의안에는 ‘유사시 국민 보호 활동을 위해 지시되는 해역’으로 파견 지역을 넓힐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헌법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헌법 제60조 2항은 ‘국회는 국군의 외국 파견 등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이유로는 파견 해역이 국회 동의를 통해 정해진 청해부대 작전 해역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번 파견 결정으로 청해부대는 아덴만으로부터 3900㎞ 넘게 떨어진 아라비아만까지 작전 해역이 대폭 확대됐다.

청해부대가 상대해야 할 위협이 소말리아 해적에서 미군 압박을 받는 이란군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동의를 거쳐 파병하도록 한 것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조항과 맞물려 있다”며 “3900여㎞ 떨어진 곳까지 작전 해역을 넓히면서 국회 동의를 받지 않는 것은 헌법 정신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청해부대와 호르무즈해협 파견은 파병 이유 자체가 서로 다르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청해부대는 유엔의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한 병력 참여 요청에 따라 파견된 부대이다. 사실상 미국의 요청에 따른 호르무즈해협 파병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병력 파견의 원인과 효과를 고려할 때 이번 파견은 새로운 파병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회 동의를 거쳐 파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청해부대 장교 2명을 파견한다는 계획을 세운 점도 단순한 작전 해역 확대로 보기 어려운 이유로 거론된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청해부대 파병은 국회의 비준권을 보장하는 헌법 60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파병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파견 지역, 임무, 기간, 예산 변동에 대한 국회 동의 절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로운보수당은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국회 동의를 얻는 절차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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