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 특임 외교특별보좌관 자격으로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열린 아부다비 왕세제 환영식에 참석하는 모습. 임 전 실장은 21일 더불어민주당 정강·정책 방송 연설자로 나서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더불어민주당 정강·정책 방송 연설의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섰다. 지난해 11월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지 두 달여 만에 첫 공식 행보다. 총선 출마 등 정치 활동 재개 관측에 대해 임 전 실장 측은 “확대 해석은 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은 MBC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미래 세대에게 평화의 미래를 넘겨주자”며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 비전을 역설했다. 20분간의 연설은 한마디로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에 힘을 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과거를 극복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증오와 대결이 아니라 성공한 평화”라며 “평화 프로세스의 원칙들은 신뢰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 때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다음에는 집에서 만나 격의 없이 편하게 얘기합시다”라고 말한 일화를 언급했다. 그 발언 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정 실장이 미국에 갔고, 실제 맥매스터 보좌관 집에서 냅킨에 메모까지 해가며 아주 긴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은 “한·미 간 초기의 긴장 관계를 넘어서는 계기가 됐던 사건”이라며 “접촉하면 가까워지고 이해하면 관계는 나아지는 법”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그 속을 다 알 수는 없으나 솔직하고 대담한 리더”라며 “협상에 임하는 그의 의지는 평화체제를 구축해 경제 중심으로 가겠다는 확고한 자세로 인식하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또 “정부를 믿고 대통령을 응원해주신다면 우리는 반드시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의 평화 프로세스와 민주당의 평화정책에 힘을 실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출연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임 전 실장 측은 “연설 수락 여부를 고민하다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고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변한 건 아니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에서는 이번 연설을 계기로 임 전 실장이 총선에서 본격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보수통합과 선거제 개편 등의 변수 탓에 민주당 입장에선 의석 하나하나가 아쉬운 상황이다. 인지도가 높고 중량감 있는 임 전 실장은 당으로선 썩히기 아까운 전략 공천 카드다.

후보지로는 일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뛰고 있는 서울 광진을이 유력하게 꼽힌다. 당에서는 이미 이 지역에서 인물 경쟁력 여론조사도 실시했다. 이 대표 등 지도부도 임 전 실장의 출마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임 전 실장이 직접 뛰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본인이 워낙 강경하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터라 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총선 불출마가) 임 전 실장이 이미 오랫동안 고민하고 결정한 것이고, 마음은 그때와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불과 2개월 전 밝혔던 총선 불출마 입장을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분간 임 전 실장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중심으로 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활동에 매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행보에 비춰보면 총선 출마보다는 후에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