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LG유플러스 등 사명을 변경했던 곳과 SK루브리컨츠 등 사명 변경을 검토 중인 기업들의 로고. 각 사 제공

재계가 신산업 발굴에 몰두하면서 ‘사명 변경’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회사 이름이 자사의 사업 영역을 제한적으로 보여준다는 인식에 미래형 ‘혁신’ 이미지를 담자는 분위기가 합쳐지면서 개명이 트렌드가 되는 분위기다.

‘딥체인지’(사업구조의 근본적 혁신)를 추구하는 SK의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부터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인천석유화학과 SK에너지, SK종합화학 등 관련사의 명칭 변경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이름이 사업 아이디어 확장을 제한한다”고 여겼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2일 “사명 변경의 필요성에는 구성원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전문 네이밍, CI(기업이미지) 업체에 맡길 수도 있고, 회사 내 오피니언 리더들이 논의하거나 전 사원을 대상으로 오픈해 의견 수렴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역시 사명 변경을 올해 추진할 계획이다. 박정호 SKT 사장은 이달 초 ‘초협력’이라는 뜻의 ‘SK하이퍼커넥터’가 새로운 사명으로 사내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에 국한되지 않고 자회사인 유통(11번가), 보안(ADT캡스), 미디어(티브로드) 영역을 포함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신기술을 아우르는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다만 SK텔레콤 측은 하이퍼커넥터가 사내에서 거론되는 사명 중 하나일 뿐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SKT 관계자는 “하이퍼커넥터는 예시로 제안된 것일 뿐 아직 구체적인 사명은 정해진 바 없다”며 “새로운 사명에 미래 지향적인 의미를 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한화케미칼을 합병해 탄생한 한화솔루션의 명칭에도 신산업 창출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새 사명은 태양광, 첨단소재, 석유화학 분야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기술 부문에서 미래에 대한 해결책(솔루션)을 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명 변경 움직임은 산업이 바뀌는 변곡점마다 있었다. SK에너지는 2010년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SK에너지, 인천석유화학, 루브리컨츠 등 3개 자회사를 둔 에너지·화학그룹으로 재탄생했다. 휘발유, 석유를 파는 정유사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배터리 등으로 사업을 넓혀가는 시기였다. LG텔레콤은 2010년 ‘유비쿼터스 세상을 선도해 나가는 회사를 만든다’는 취지로 사명을 현재의 ‘LG유플러스’로 변경했다.

글로벌 기업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의 석유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은 사명에서 ‘케미칼’을 없앴다. 영국 정유사 BP는 최초 명칭이 ‘브리티시 피트롤리엄(The British Petroleum)’의 약자였으나 석유회사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2000년부터 사명이 ‘석유를 넘어서(Beyond Petroleum)’를 뜻한다는 캠페인을 펼쳤다.

하지만 일각에선 너무 광범위하거나 모호한 사명으론 회사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여러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사업 확장에 나서는 기업들은 영역을 구분 짓지 않는 사명을 선호하지만 오히려 실무자들은 일일이 회사를 다시 소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