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의 다른 이름은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다. 기업 이익 최대화와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를 경영의 최고 목표로 삼는다. 주주자본주의가 미국을 넘어 세계의 ‘표준’이 된 데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62년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기업은 대중이나 사회에 대해 그 어떤 사회적 책임도 없다, 오직 주주들에게만 책임을 진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먼을 중심으로 한 시카고학파의 ‘시장 근본주의’는 광범위한 혁명을 촉발했다. 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프리드먼의 생각을 빌려 급진적 자유시장 정책을 내놨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뿌리 깊었던 유럽 대륙도 주주자본주의 쓰나미를 피하지 못했다. 21세기 들어 주주자본주의는 더욱 공고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의 지난해 8월 성명이 신호였다. 181명의 CEO는 “기업의 결정은 더 이상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직원, 고객, 사회 전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1997년부터 기재됐던 ‘회사는 주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주주 우선 원칙도 폐지했다. 일부 경영학자들이 외쳐 왔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주주자본주의의 발상지인 미국에서 ‘공인’받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핵심 의제도 ‘결속력 있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관계자’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부상에는 무제한적인 시장만능주의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의 골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의 허점을 송두리째 드러냈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것으로 생각했던 경제·정치 엘리트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 등 환경 리스크가 기업의 영속성과 실적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깨달음도 영향을 미쳤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WEF 의제가 된 후 시대의 관심사가 됐다. WEF가 곧 내놓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비전이 담긴 ‘2020 다보스 성명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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