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병원 정문 앞에 23일 ‘중국 우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병원들이 ‘환자 면회금지’ ‘중국 여행객 출입제한’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여행객이 많은 공항·항만에선 검역이 한층 강화됐다. 자칫 대규모 감염 사태가 벌어져 2015년 38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서울아산병원은 23일부터 입원 환자에 대한 방문객들의 면회를 금지했다. 가족도 포함된다. 병원 관계자는 “국가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이 ‘주의’ 단계로 격상되면서 우리 병원은 환자 가족도 입원 병실에 들어올 수 없도록 했다”며 “환자 보호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삼성병원도 최근 2주 이내 중국을 방문한 사람은 병원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내원 치료를 할 때 의료진이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증상이 있으면 선별진료실로 옮겨 정밀진단을 하기로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병원 출입문과 외래 진료실 앞, 엘리베이터, 로비 등에 중국 우한시 여행력이 있고 발열과 호흡기증상이 있는 환자는 응급의료센터 선별진료소로 방문해 달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대한병원협회는 협회에 ‘중국 우한시 폐렴 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비상업무체계에 돌입했다. 상황실에서는 우한 폐렴 관련 병원 민원 등을 접수한다.

의료기관이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2015년 겪은 메르스가 뼈아픈 경험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메르스는 병원에 입원한 ‘슈퍼전파자’에 의해 급속도로 확산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우한 폐렴 감염의 초기 증상은 감기나 독감과 비슷하다”며 “이 때문에 이런 증상이 있고 중국 우한 여행력 등이 있다면 감염으로 의심해 보건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설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객들이 서울역에서 마스크를 쓴 채 우한 폐렴 예방행동수칙이 부착된 문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주요 병원과 공항·항만에선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검역 강화, 환자 면회금지 등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윤성호 기자

여행객들이 많은 공항도 비상이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는 입국장 곳곳에 ‘중국 우한시 방문·체류·여행객의 경우 건강 상태 질문지를 제출하라’는 알림판이 세워졌다. 특히 우한발 직항 항공기에 대해선 검역관이 직접 항공기 게이트 앞으로 가서 모든 승객에 대해 발열 여부 등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항만도 마찬가지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은 대합실 내 50여개 모니터를 통해 우한 폐렴 예방 주의 안내 영상을 송출하는 한편 유관기관 및 입·출항 관련 업체에 감염병 예방 안내문을 나눠 주고 있다. 또 해외 여행객 및 내국인들에게 손소독제 및 마스크를 배포하고 있다. 한·중 카페리가 운항하는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도 발열 감시카메라를 평소보다 더 촘촘히 운영하고 이상 징후가 보이면 추가 체온 측정을 하는 방식으로 입국 수속을 밟고 있다.

설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여행객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감염병 발생지인 중국 현지는 물론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까지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미 예약을 확정한 여행객 중 일부는 비싼 수수료를 내고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 여행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은 “원래 중국 톈진에 2박3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었지만 고민하다가 결국 취소했다”며 “호텔은 다행히 취소 가능한 예약이었지만 항공권은 1인당 1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물고 취소했다”고 썼다. 또 다른 회원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계획을 준비했다”며 “중국과는 떨어져 있지만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춘절맞이 중국인들과의 접촉 가능성이 커 아쉽게 취소했다”고 했다.

모규엽 김영선 기자 hirt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