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 명절 밥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피해야 할 대화 주제로는 단연 민감한 정치 이야기가 꼽힌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발언이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이번 설 밥상은 여야의 대리 전장(戰場)으로 바뀔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을 거치며 극심했던 국회 대치 상황뿐 아니라 검찰 개혁 등 이슈가 쏟아진 데다 역대급 예측불허 총선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4·15 총선에서 처음 한 표를 행사하게 된 18세 유권자들이 밥상머리 토론에 가세할 경우 덕담으로 시작한 명절이 뜻밖의 논쟁으로 뜨거워질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설에는 연휴 직전에 단행된 검찰 인사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청와대 측 불만 표출, 검찰 개혁 법안 처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서슬 퍼런 검찰 인사 등 정부와 검찰 간 갈등 양상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 장관 간 대립구도 역시 뜨거운 이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3일 “사상 초유의 검찰 인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 문제는 중요한 주제로 설 밥상에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전망을 놓고도 서로 다른 평가가 충돌할 수 있다. 최근 여론이 어느 한쪽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데다 가족들이 모이는 지역과 구성원 연령대에 따라 의견이 크게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0∼22일 전국 18세 이상 150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 포인트)를 보면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0.4%, 자유한국당 32.1%, 정의당 4.4%, 바른미래당 4.1%, 새로운보수당 3.8% 순이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 47.0%, 부정 49.9%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갈려 있는 상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는 야당 심판과 정부 심판 목소리를 각각 키우며 설 민심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여당은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경찰 개혁 법안 등 처리를 야당에 요구하며 ‘발목 잡는 야당’ 구도를 부각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대외경제 여건에도 경제성장률 2% 선을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문재인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20년 만의 쇼크”라고 주장하며 정부 심판론을 띄우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아울러 가까스로 물꼬를 튼 보수통합 논의에 관심을 갖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한국당에서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설 연휴 직전에 만나는 방안이 검토됐던 것도 설 민심을 의식한 포석이었다.

지난 19일 1년4개월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거대 양당 심판론’을 설파하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행보도 관심을 끄는 소재다.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을 비롯한 남북 관계 개선 여부와 호르무즈해협 파병 결정 등 외교·안보 문제가 대화 주제로 떠오를 수도 있다.

김경택 김용현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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