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의료진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발병지인 후베이성 우한의 전염병 치료 전문병원으로 투입되고 있다. AP연합뉴스

2002~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이어 17년 만에 중국발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중국 특유의 야생동물 식문화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역시 사스 유행과 유사하게 박쥐와 불특정 야생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당국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한시적으로 중단토록 했지만 미흡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중국 시장감독총국과 농업농촌부, 국가임업국 3개 부처는 지난 26일을 기해 중국 전역에서 야생동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고를 발표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야생동물 사육장은 폐쇄 조치되며 야생동물을 풀어놓거나 운반·판매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들 부처는 농산물시장과 슈퍼마켓, 식당,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야생동물을 거래할 경우 범법행위로 간주하고 공안기관으로 이송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시민들과 경찰이 같은 날 판링지구의 우한 폐렴 임시 격리시설에서 언쟁하고 있는 모습. 홍콩 시민 수백명은 당국이 일부 주택가를 임시 격리시설로 지정하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고, 임시 격리시설 지정 건물에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 과학기술자문기구인 중국과학원 회원 19명이 야생동물 거래의 전면 근절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게시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이들은 연판장에서 “우한 폐렴 역시 사스와 마찬가지로 야생동물시장이 근원지로 지목됐다”며 “식용 목적의 야생동물 거래를 통제하고 더 나아가 근절하는 것은 생태 보호뿐 아니라 공공위생 분야의 위험 관리 측면에서 의미가 중대하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한 폐렴은 사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스 사태는 박쥐가 보유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를 중간 숙주로 삼아 인간에게 전파되면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한 폐렴도 사스와 유사한 경로를 거쳤을 것으로 예상되나 어떤 동물이 중간 숙주였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뱀이 중간 숙주라는 주장이 나왔으나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함께 제기됐다.

중국 안팎에서는 야생동물을 섭식하는 중국의 식문화가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한 폐렴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 화난 해산물시장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인 박쥐뿐만 아니라 대나무쥐, 타조, 새끼 악어, 고슴도치 등 각종 야생동물이 판매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질병통제센터가 지난 1일부터 화난 시장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표본 585개 중 33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33개 중 22개는 시장 내 매대에서 검출됐으며 1개는 쓰레기 수거차량에서 나왔다.

화난 시장처럼 식용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은 중국에서 드물지 않다. 사스 사태를 불러온 사향고양이 역시 중국 남부 지역에서 별미로 통하는 야생동물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내 레스토랑에서 거북이나 멧돼지 요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며 일부 지역에서는 사향고양이와 뱀, 천산갑 등 야생동물이 별미로 간주되고 있다”며 “야생동물 섭취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한편 야생동물이 건강에 좋다는 미신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이어 “우한 폐렴 사태를 계기로 이런 모험적 식문화를 규제하거나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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