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폭발 사고로 일가족 6명이 사망한 강원 동해시 토바펜션 현장에 27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연합뉴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가 또 다른 비극이 됐다. 평소 우애가 깊던 6남매는 20여일 전 캄보디아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외아들을 잊지 못해 조울증을 앓던 셋째 자매를 위한 가족 여행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 여행은 일가족 참사라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27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토바펜션 가스폭발 사고로 치료를 받고 있던 이모(66)씨가 먼저 하늘로 간 아들을 따라갔다. 언니와 동생, 형부와 함께 동해로 여행을 온 셋째 딸이었다. 그녀는 가스폭발 사고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이틀 만에 병원에서 치료 도중 숨을 거뒀다.

네 자매와 배우자, 사촌 등 7명의 사상자를 낸 가스폭발 사고는 설날인 지난 25일 오후 7시46분쯤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자매 중 첫째인 이모(70)씨 등 6명이 숨지고, 1명이 전신 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자매, 부부, 사촌 등 일가친척 관계로 같은 객실에 묵다 사고를 당했다. 아래층 횟집을 이용한 2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어 치료 후 귀가했다.

사고가 난 객실 내 가스 배관 중간밸브(사진 빨간 원안). 가스막음 장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다. 연합뉴스

경찰은 기존 가스레인지 시설을 철거하고 인덕션을 새롭게 설치하는 과정에서 객실 내 가스 배관 중간밸브 부분의 막음 장치를 부실하게 시공했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26일 진행한 합동 감식에선 LP가스 배관 마감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지방경찰청은 27일 “합동 감식과정에서 가스 배관의 막음 장치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작년 11월부터 객실 내에 인덕션을 설치하고 가스 배관도 직접 철거했다는 펜션 건물주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스 밸브 중간 부분의 막음 장치가 폭발 사고 당시 폭발력으로 분리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사고는 불법영업과 안전불감증, 당국의 감독 소홀, 뒤늦은 조치 등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불과 1년 전인 2018년 12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 참사에도 불구하고 무허가 배짱영업으로 인해 발생한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펜션은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영업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은 1968년 냉동공장으로 준공됐다. 이어 99년 건물 2층 일부를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변경한 뒤 2011년부터 펜션 영업을 시작했으나 동해시에는 펜션 영업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건축물대장에도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주택’으로 분류돼 있다.

소방 당국은 지난해 11월 4일 ‘화재 안전 특별조사’ 당시 이 건물의 2층 다가구주택 부분이 펜션 용도로 불법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내부 점검을 시도했으나 건물주가 거부해 점검하지 못했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세입자 등이 내부 확인을 거부하면 강제로 점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소방 당국은 지난해 12월 9일 동해시에 이 같은 위반사항을 통보했다.

건물주는 펜션 불법영업이 적발된 지 나흘 만에 동해시를 찾아 숙박업 변경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보완서류 미비로 신청을 자진 취하하고 불법영업을 계속해 왔다.

동해시 윤승기 부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11월 인터넷 모니터링 전수조사를 통해 적발한 업소에 자진 폐업 권고 및 인허가 신청을 안내했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시설은 모니터링에서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동해=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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