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실체를 꿰뚫고 있는 존 볼턴(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발간을 앞둔 저서에서 ‘트럼프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에 대해 폭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자신에게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동의할 때까지 군사지원금 지급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의 원고 초안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금 3억9100만 달러(약 4567억원)와 우크라이나 검찰의 바이든 부자 조사를 연계시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진영은 탄핵조사 내내 군사원조를 유보한 일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정적 뒷조사를 요구한 일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볼턴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쟁점에 대한 트럼프 측의 방어 논리를 무력화할 수 있는 내용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원고 초안은 전현직 미 행정부 관료가 부처 내부 이야기를 출간할 때 거쳐야 하는 검토과정을 위해 현재 백악관에 보내진 상태다. NYT는 백악관이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출간 검토과정을 악용해 책의 발간을 유예하거나 주요 구절을 삭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출판 관계자들은 NYT에 “초안은 볼턴 전 보좌관이 상원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소환될 경우 증언할 내용의 개요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발생 시점 백악관에 재직 중이었던 볼턴은 트럼프의 최고위급 참모로서 스캔들의 내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데다 이에 대해 강력 반발했던 인사로 알려져 있다. 실제 그는 이번 저서에서 지난해 9월 자신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수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수십 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공화당과 트럼프 변호인단은 볼턴 전 보좌관의 공개 증언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 21일 볼턴을 상원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1차 무산시킨 바 있다. 다만 변론이 마무리되면 다시 증인 소환을 논의할 수 있는 만큼 볼턴을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는 민주당의 목소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NYT 보도 후 트위터에 “볼턴이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반발했다. 그는 “결단코 볼턴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그가 만약 그렇게 말했다면 순전히 자기 책을 팔기 위해서”라고 비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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