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반 케이블카 비봉산역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청풍호 일대. 육지 속 바다 같은 호수와 주변 산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낸다.

겨울철 집 밖을 나서기에는 매서운 추위가 마음을 등지게 한다. 온기가 그리운 계절이다. 추운 날씨 속에서 따뜻함으로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고 건강까지 챙겨주는 곳으로 여행 가면 더할 나위 없다. 서울에서 크게 멀지 않은 충북 제천으로 떠나보자.

제천에 청풍호가 있다. 1985년 충주다목적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인공 호수로, 제천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드넓은 청풍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청풍호반 케이블카’가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청풍면 물태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 구간을 운행한다.

일반 캐빈 33대와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 10대가 시간당 1500명을 실어 나른다. 일반 캐빈에서도 스릴을 느낄 수 있지만 크리스털 캐빈은 아찔하기가 한 수 위다. 발아래 푸른 물이 출렁이면 더 짜릿하겠지만 청풍호를 가로지르지 않아 아쉽다.

케이블카는 하부 승차장인 물태리역에서 비봉산역 옥상 전망대까지 9분 만에 공간 이동시킨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청풍면 인근의 산과 마을, 드넓은 농지가 한 폭의 그림이나 다름없다. 산과 물이 어우러지며 다도해 같은 풍경은 파노라마 사진 같다. ‘육지 속 바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 멀리 남쪽으로 월악산과 주흘산, 동쪽에 소백산, 북쪽에 작성산과 금수산이 겹겹이 마루금을 이어간다. 전망대 곳곳에는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아래로 내려서면 물태리역 옆에 지름 15m 공 모양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케이블카와 함께 개장한 ‘시네마360’이다. 영상관 내부를 가로지르는 높이 6m 투명 다리에서 360도 풀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영상이 구면 내부의 사방팔방을 휘젓고 지나가자 롤러코스터를 탄 듯 정신없다.

이어 박달재로 간다.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 사이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로 유명한 그 고개다. 반야월 작사, 김교성 작곡, 박재홍이 부른 ‘울고 넘는 박달재’다. 1948년 발표된 이 노래는 인기에 힘입어 영화와 악극으로도 만들어졌고, 박달재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전국에 알렸다.

‘박달재’에 조성된 금봉과 박달의 조각상.

금봉과 박달의 모습을 형상화한 커다란 조각상 아래 박달재 이름의 유래를 새겨놓았다. 조선 중엽 경상도의 젊은 선비 박달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다 박달재 아랫마을에 하룻밤 머물렀다. 첫눈에 어여쁜 처녀 금봉에게 반했다. 며칠간 사랑을 나눈 박달은 장원급제를 다짐하며 떠난 뒤 감감무소식. 절망한 금봉은 숨을 거두고, 뒤늦게 달려온 박달은 금봉의 환영을 잡으려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사랑 이야기는 조각으로 표현돼 박달재조각공원과 박달재목각공원 곳곳에 있다. 박달의 손을 잡은 금봉, 한양에서 금봉을 그리는 박달, 금봉의 환영을 좇는 박달 등이 스토리텔링이다. 박달재 이름의 유래를 새긴 조각상 옆에는 노랫말을 담은 박달재노래비가 있다. 하지만 박달재가 있는 산은 천등산이 아니다. 시랑산이다. 천등산은 제천과 충주를 잇는 산으로 그곳엔 다릿재가 있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금봉도 전설 속의 인물인지 불명확하다. 노래가 전국적으로 히트한 뒤 금봉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전설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달재목각공원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정자 모양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박달재의 수려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이야 제법 넓은 도로가 뚫렸지만 박달재는 옛날부터 교통의 요지였다. 조선 시대에는 산적이 출몰하는 험한 고갯길이었다. 1217년 고려 장군 김취려는 좁은 박달재 길목에 자리 잡고 기다리다 두 갈래로 나뉘어 올라오는 거란군 3만명을 무찌르고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숲에 안긴 듯한 ‘포레스트 리솜’ 인피니티풀.

박달재를 넘어서면 ‘포레스트 리솜’(구 리솜 포레스트)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웰니스 관광지 41선 중 한 곳이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지어졌다는 포레스트 리솜에는 ‘해브나인 힐링스파’라는 9가지 힐링을 테마로 한 스파 프로그램이 있다.

‘아쿠아플로팅요가’는 수면 위 매트에서 다양한 동작을 수련하는 운동이다. 긴장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야 하기에 지상에서의 요가나 필라테스보다 몇 배의 칼로리를 소비한다. 상·하체의 밸런스, 협응력과 인지력, 근력 발달에 효과가 있으며 코어근육의 강화는 물론 근지구력, 기초대사량 증대에도 도움을 준단다. 인피니티풀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면서도 제천의 맹추위를 경험할 수 있다. 눈앞엔 주론산, 구학산 산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숲에 안긴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행메모

중앙시장 ‘빨간 오뎅’ 강추
의림지 등 볼거리 산재


수도권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청풍호반케이블카를 타러 간다면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제천나들목에서 빠진다. 금성면·청풍면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구룡교차로에서 청풍면으로 가는 왼쪽 도로를 따라가다 청풍우체국 앞에서 우회전하면 청풍호반케이블카물태리역 주차장이 나온다.

제천은 약초나 산채밥상을 내놓는 집들이 많다. ‘약채락’ 브랜드의 식당을 찾아 원하는 메뉴를 고르면 된다. 약채락 식당은 유순하고 자연스러운 맛을 추구하는 음식을 낸다.

약채락 브랜드 식당은 아니지만 농민이 직접 재배한 식재료로 향토 음식을 내는 ‘농가 맛집’인 ‘밥상위의 보약 한첩’에서는 정성이 듬뿍 담긴 깊은 맛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제천에서 ‘빨간 오뎅(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멸치 육수 대신 고추 등을 재료로 사용해 빨갛게 만든 국물에 어묵을 넣어 만든 간식거리다. 고추장의 떡볶이 양념 같은 것을 어묵에 묻혀 먹는 듯한 느낌이다. 1000원에 빨간 오뎅이 3개다.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튀김과 함께 소스를 찍어 먹어도 맛이 일품이다. 중앙시장 인근 분식점에서 맛볼 수 있다.

숙박은 ‘포레스트 리솜’이 좋다. 청풍리조트도 있다. 리조트는 ‘레이크 호텔’과 ‘힐 하우스’ 두 동으로 나뉘어 있다. 레이크 호텔이 청풍호를 끼고 있어 조망이 탁월하다. 이밖에 청풍문화재단지, 청풍호자드락길, 의림지, 탁사정 등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제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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