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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뭍이 된 섬, 왕래는 편해졌지만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연륙교,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연도교라 한다. 국내에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연륙교와 섬과 섬을 잇는 연도교는 100개가 넘는다. 섬이 많은 전남에 가장 많고, 경남이 뒤를 잇는다. 전북, 인천, 부산, 충남 등에도 많지는 않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내 첫 연도교는 1987년 완공된 접도연도교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금갑리와 접도리를 잇는 연장 240m, 폭 6.5m다. 최초의 연륙교는 80여년 전 부산에 놓인 ‘영도다리’라 불리는 영도대교이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에 다리가 놓였다. 이후 1969년 강화교, 1970년 안면연륙교 등 꾸준히 숫자를 늘려가던 연륙교는 2000년대 들어 급증했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연륙·연도교는 지난해 4월 개통한 천사대교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 다리다. 천사대교를 지나면 신안 중부권 4개 섬(자은·안좌·팔금·암태)이 육지로 연결된다. 현수교와 사장교 형식이 공존하는 국내 유일의 교량이다. 총 길이는 10.8㎞, 다리 교량 7.22㎞, 주탑 높이 195m다. 사장교 길이는 1004m로 신안군 1004섬을 상징하고 있다.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는 57개 섬으로 이뤄진 섬의 군락이다. ‘신선이 노닐던 섬’인 선유도를 대표로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 수려한 해변과 어촌 풍경을 간직한 섬이 이어진다. 이곳으로 가는 풍속도는 2017년 완전히 바뀌었다. 현수교인 고군산대교가 신시도와 무녀도를 연결하면서 뭍과 섬이 한 몸이 됐다. 차를 타고 섬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선유도와 장자도 등 주요 섬은 시내버스도 오간다.

섬의 고장 전남 완도군에서 두 번째로 큰 고금도는 세 다리로 육지 혹은 주변 섬과 연결된다. 고금대교로 강진군과 이어지고, 장보고대교와 약산연도교를 통해 각각 신지도와 조약도(약산도)로 이어진다. 전남 고흥과 여수를 연결하는 해상 교량 5개도 설 명절 연휴 기간에 임시 개통한 뒤 다음 달 완전히 개통될 예정이다.

다리는 섬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더 이상 육지로 나가기 위해 날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리가 개통되기 전에는 밤에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닥터헬기조차 뜨지 않아 하늘에 생사를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육지 나들이 시간도 단축됐다. 평범한 육지 사람과 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편리함 뒤에 생각지도 않았던 부작용이 함께했다. 바로 넘쳐나는 쓰레기다. 악취가 보태질 때도 부지기수다. 여기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차량이 드나들면서 교통체증과 자동차 소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섬의 비좁은 도로 여건은 그대로인데 차들이 대거 몰리면서 병목현상을 겪고 있다. 주말과 휴가철에는 더욱 심하다. 10분 거리를 1시간 이상씩 운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리 개통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에 못 미친다. 배로만 이곳을 다닐 수 있던 시절 사람들은 배를 타고 와 쉽게 나가기 힘든 섬에 머물렀다. 24시간 차량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굳이 숙박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관광객들이 미리 음식을 준비해오기 때문에 다리가 생기기 이전에 잘 운영되던 작은 식당들이 문을 닫은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다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 섬 주민들이 다니던 길 ‘비렁길’이 트레킹하기에 좋은 곳으로 소문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여수 금오도는 주민들의 결의로 연륙교를 거부했다고 한다. 쓰레기 더미나 자연 훼손 대신 불편함과 섬의 정취·낭만을 택했다.

2010년 전남 신안군 증도는 관광객이 늘면서 홍역을 치렀다.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선정될 만큼 느림의 미학을 간직했던 곳이 너무나 번잡한 곳이 됐다. 슬로시티가 아니라 자동차가 판치는 ‘퀵시티’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이후 신안군은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등 증도를 ‘자동차 없는 섬’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다리 개통 이전의 증도로 돌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대로 계속 섬을 육지로 만드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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