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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시노포비아

이흥우 논설위원


세계에서 음식 종류가 가장 많은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중국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중국인조차 평생 다 먹어 보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중국 음식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오죽하면 “중국인은 네 발 달린 것 중 책상과 의자 빼고 다 먹고, 날아다니는 것 중에선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까 싶다.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재래시장에 살아있는 수많은 야생동물이 진열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애완용도 있지만 대개가 식용이다. 누구나 그렇듯 중국인도 신선한 고기를 선호한다. 중국인은 살아있는 것을 신선하다고 여겨 가공육이나 포장육에 대한 선호도가 낮다고 한다. 이런 중국인의 식습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을 유발했다.

중국의 많은 대도시들은 가금류나 동물을 산 채로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 화난수산시장의 경우 오소리, 사향고양이, 여우, 대나무쥐, 도마뱀, 거북이, 고슴도치 등 무려 100여 종의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우한에는 심지어 살아있는 호랑이를 파는 가게도 있다고 하니 중국인의 야생동물 식탐을 이해하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가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퍼지면서 야생동물을 먹는 중국인의 식습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노포비아(sino-phobia·중국 공포증)의 확산이다. 다른 나라에도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과 유사한 시노포비아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중국을 방문한 중국계 학생들의 등교 금지를 촉구하는 청원이 제기됐고, 이탈리아에선 10대 청소년들이 중국인 부부에게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는 일까지 벌어졌다. 덴마크에선 한 언론이 중국 국기 오성홍기의 별을 바이러스 입자로 바꾼 삽화를 실어 도마에 올랐다.

증오와 혐오는 공포와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다. 중국인을 희생양 삼아 화풀이한다고 해서 전염병이 막아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은 중국인이다. 이들에게 절실한 건 증오와 혐오가 아니라 힘내라는 응원이다. 캄캄한 밤 봉쇄된 우한시에서 아파트 창문을 동시에 열고 ‘우한 자요우(加油)’를 외치며 서로 격려하는 수많은 우한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짠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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