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모네에서 세잔까지’전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사조를 대표하는 모네의 ‘지베르니의 햇빛 풍경-젊은 여인들’.예술의전당 제공

추수를 끝내고 세워놓은 볏짚에 햇살이 비친다. 한낮의 햇살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해 어떤 음영도 없이 그려진 볏짚이 마치 여인들이 춤추는 모습 같다.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의 햇빛 풍경-젊은 여인들’(1894)은 마침내 휴대용 튜브 물감이 개발돼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인상주의 화가들이 자연광 아래서 그림을 그렸을 때 받은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실내에서 그렸을 때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만들어낸 입체감 표현은 거기 없었다. 그래서 인상주의 화가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이 만들어내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듬성듬성 칠하는 등 붓질이 대담하기 그지없다.

세잔의 ‘강가의 시골 저택’. 예술의전당 제공

반면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의 작품 ‘강가의 시골 저택(1890)은 영원 속에 잠들어 있는 듯 풍경이 정적이다. 붓질은 한 획도 버릴 것 없이 차분하게 칠해져 영원한 풍경을 그리고자 하는 화가의 의지가 읽힌다고나 할까.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는 화풍이 비슷한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를 추구한다. 그 차이를 실제 작품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전시가 한국에 왔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모네에서 세잔까지’전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이스라엘박물관의 컬렉션 100여점이 왔다.

인상주의는 파리에 모인 모네, 에두아르 마네 등 일련의 화가들이 정부 공모전인 살롱전을 거부하고 1874년에 연 전시회가 계기가 됐다. 인상주의라는 명칭은 그때 출품한 모네의 작품 ‘해돋이-인상’의 성긴 붓질을 보고 한 비평가가 “인상이라고?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비꼰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마네와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에드가 드가 등은 파리의 도심과 시골의 풍경을 자연광 아래서 그리며 인상주의 시대를 열어갔다. 계절 따라, 아침저녁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건초더미를 그린 모네의 연작은 인상주의가 뭘 추구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후기 인상주의로 분류되는 세잔,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은 한때 인상주의를 접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 3명은 햇빛이 주는 찰나의 세상을 표현하는 데 싫증을 내고 각각 자연의 구조적인 질서(세잔), 인간의 내면 세계(고흐), 상징적 세계(고갱)를 새롭게 추구하며 그것을 독자적인 조형 언어로 표현했다.

전시장에 나온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그 차이를 보여준다. 마네의 ‘수련 연못’ ‘아발의 절벽’ 등 대표작을 비롯해 알프레드 시슬레, 피사로, 드가, 르누아르 등 다양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세잔의 작품도 다수 나와 화풍이 어떻게 인상주의에서 후기 인상주의로 넘어갔는지 살펴볼 수 있다. 고갱의 작품도 시기별로 다른 작품들이 여러 점 나왔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 중 한 명인 고흐의 작품은 한 점도 없다. 이스라엘박물관 측은 “다른 전시에 대여 중”이라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걸작전’이라는 부제를 내걸었다면 다른 곳에서 빌려서라도 고흐 작품을 채웠어야 했다. 4월 19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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