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공포를 표방한 영화 ‘클로젯’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배우 하정우(왼쪽 사진)와 김남길. 흥행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하정우는 “배우로서 단순히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연기를 뽐내는 것 이상의 책임감이 점점 더 생긴다”고, 김남길은 “혼자 돋보이기보다 전체의 앙상블이 좋아야 결국 작품이 산다는 걸 깨달았다”고 답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영화, 참 독특하다. 장르는 미스터리 공포인데 그 끄트머리에 남는 감정은 슬픔이다. 서양 공포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벽장이라는 소재에 가족애 같은 한국적 정서를 이식했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가장 대중적인 흥행 배우들이 합류한, 영화 ‘클로젯’ 얘기다.

5일 개봉하는 ‘클로젯’은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어린 딸(허율)과 둘이 남게 된 무뚝뚝한 아빠 상원(하정우)이 이사한 새 집에서 벽장 속으로 사라져버린 딸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이 그를 찾아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영화는 동서양을 막론한 오컬트적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나간다. 장르적 색채가 강한 여타 작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강조하는 메시지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김광빈 감독은 아동소외나 아동학대 같은 무거운 주제를 건드린다.

다소 이질감이 드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그 간극은 배우들의 연기가 채워준다. 이 영화의 주연으로 나선 두 배우 하정우(42)와 김남길(39)을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나봤다. 평소 지인들을 통해 인연을 맺고 친분을 쌓아온 두 사람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다.


절친한 윤종빈 감독과 함께 이 영화 제작에도 참여한 하정우는 “컴퓨터그래픽(CG)과 사운드를 입힌 완성본을 보니 그럴싸하기에 다행이다 싶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지난 연말 ‘백두산’을 선보인 이후 차기작 ‘보스턴 1947’ 촬영에 매진하고 있다.

미혼인 그가 아이를 잃은 아빠의 심정을 표현하기란 녹록지 않았다. “자녀가 있는 친구들에게 조언도 구해봤지만, 어쨌든 짐작만으로 연기해야 했어요. 캐릭터 설정 자체가 아내에게 육아를 맡겨놓고 돈만 버는 아빠였기에, 아이와의 거리감과 어색함을 그대로 노출하자는 판단이 들었죠.”

오랜만에 웃음기를 쏙 뺀 건조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하정우는 “연기를 하면서도 신선했다”고 흡족해했다. 김남길에 대해서는 “우리가 왜 이제야 만났을까 싶다. 동생이지만 때로는 든든한 친구 같다”면서 “현장에서는 몰입력이 너무 좋다. ‘이래서 연기대상을 받는구나’ 싶더라”며 웃었다.

연출을 맡은 김광빈 감독과는 대학 선후배 사이로,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당시 배우와 동시녹음 담당으로 처음 만났다. “나중에 상업영화를 함께하자”던 약속을 15년 만에 지키게 됐다. 하정우는 “꿈을 이루게 돼 감사하다. 단순히 작품을 내놓는 것 이상의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제작자로서 이런 장르물을 택한 건 ‘다양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책임감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적어도 제가 제작이나 연출을 할 때는 배우로서 참여하는 작품과는 결이 다른 작품을 하고 싶어요. 한국영화의 장르적 스펙트럼이 넓어졌으면 하는 거죠.”

김남길은 하정우의 ‘러브콜’을 받고 이 작업에 동참했다. 다양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날 말로만 다양성 타령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데, 거절할 수가 있어야죠(웃음). 워낙 제가 그동안 해보지 않은 새로운 소재나 장르, 캐릭터를 추구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평소 공포나 미스터리 영화를 즐기지 않는 김남길로서는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일반적인 오컬트물과 달리 정서적인 표현에 중점을 뒀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극에서 그는 쉼표 역할을 해준다. 무거운 긴장감을 유지하는 영화에서 이따금 웃음이 새어 나오는 순간은 경훈이 등장하는 장면뿐이다.

그는 “아동학대에 관한 주제의식이 너무 강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했지만 관객의 공감대를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하정우와의 호흡에 대해선 “너무 대충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을 빼고 연기하는데, 붙여놓으면 전체 밸런스가 맞는 게 신기했다”고 치켜세웠다.

김남길은 지난해 드라마 ‘열혈사제’로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과 SBS 연기대상 등을 받으며 눈부신 한 해를 보냈다. “나름의 연기 철학과 책임감을 갖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예전엔 흥행과 성공에 집착했었는데 지금은 다 내려놨다. 관객을 만족시키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얘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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