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예배, 악수 대신 목례… 교회도 ‘예방 모드’

신종 코로나가 바꾼 주일 풍경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이 2일 주일예배를 마친 뒤 마스크를 쓴 채 교회를 나서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주일인데 교회가 문을 걸어 잠갔다. 불은 꺼졌고 성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박세덕 목사)의 2일 풍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6번 확진자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6일 이 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교회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전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국내에서 확인된 5∼11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의 자세한 동선과 접촉자 등 역학 조사 내용을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명륜교회는 질본 발표 직후 주일예배 없이 목사 단독으로 녹화된 설교 영상을 올리겠다고 성도들에게 알렸다. 박세덕 목사는 “국가의 방역시책에 협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했다”며 “비록 다 함께 모이지는 못하지만, 설교영상으로 은혜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명륜교회 외에 전국 교회는 대부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주일예배를 드렸다. 신종 코로나 방역을 위해 성도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구에 손소독제를 비치한 곳이 많았다. 경기도 고양 일산충신교회에선 찬양을 성가대 없이 영상으로 대체했다.

설교와 기도에는 신종 코로나의 확산세가 잡히고 불안한 국민들에게 힘을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들어갔다. 서울 신촌교회 박노훈 목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두려움이 가득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거둬주시고 기도로 이번 사태를 잘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라고 축도했다.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우한을 떠나 귀국한 한국 교민을 격리 보호하고 있는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지역 교회들은 지역 주민과 격리된 교민들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아산에서 목회하는 A목사는 “우한 교민을 아산에 수용한다는 정부 발표 직후 주민들이 격앙돼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불안을 감내하고 교민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다른 지역 교회들이 이곳 주민과 교민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고신, 합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 등 주요 교단은 신종 코로나 대응 지침을 마련해 전국 교회에 전달했다. 한국교회연합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신종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한 교계와 사회의 협력, 한국교회의 기도를 요청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분당우리교회 등은 주일을 앞두고 정부에서 발표한 예방행동 수칙과 내부용 지침을 문자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성도들과 공유했다. 사랑의교회는 출입구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두고 성도들이 자율적으로 체온을 측정할 수 있도록 비접촉식 체온계도 비치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교회 에티켓’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도 올렸다.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악수 대신 목례로 인사하기, 손소독제 사용하기 등이 주요 내용이다.

성도들도 신종 코로나 방역에 자발적으로 나섰다. 감염에 취약한 노약자는 교회 출석을 자제했다. 천식이나 감기 등으로 기침이 잦은 사람들은 주변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교회 출석을 포기하고 가정 예배를 선택했다.

서울 용산구 B교회 성도인 장모(74)씨는 “천식이 있어 평소에 기침을 많이 하는 편인데 신종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신경 쓰는 게 보여 교회에 가지 않기로 했다”면서 “감기에 걸렸다는 다른 성도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교계 행사들도 속속 취소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대학청년국은 동계수련회를 열지 않기로 했고 세계성시화운동본부와 아시아칼빈학회는 각각 ‘성시화운동 전국 지도자대회’와 학술대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서윤경 우성규 김아영 기자 y27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