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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구글세, 기본소득, 유토피아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프랑스를 필두로 한 디지털세 논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종 권고안을 내면서 큰 흐름을 타고 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디지털세는 규모가 큰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대해 자국 내에서 발생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걷는 것이다. 구글처럼 ICT 다국적기업이 대상이어서 구글세 또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GAFA세라 불리기도 한다. 이런 다국적기업 중에 미국 기업이 많아 미국은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에 맞서 프랑스로부터의 수입품에 붙는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세금을 내는 원천의 잠식에 대한 각국의 우려가 있다. 국가가 기업으로부터 걷는 세금은 크게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인데 법인세는 기업이 팔고 남은 이익에 대해, 부가가치세는 생산물의 가치가 향상된 만큼에 대해 부과한다. 한 나라 안에서 생산하고 유통하여 소비하던 시절에는 정부가 그러한 활동을 파악할 수만 있다면 세금을 걷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만들어진 부품이 동원되고 완제품은 세계적으로 유통된다. 통신수단만 갖춰지면 생산지와 관계없이 실시간 소비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나 콘텐츠의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기업가는 생산 현장과 무관하게 국가를 정해 기업을 설립할 수 있다. 국민이 쓴 돈을 다른 나라에 설립된 기업이 벌어가고 다른 나라 정부에 세금으로 들어가는 것이 속 쓰린 정부들로서는 자국 내 매출 기준으로 과세하는 디지털세 도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세금은 대부분 외국 기업들한테 걷는 것이라 정치적 부담마저 적다.

디지털세 논란의 더 깊은 곳에는 국경 없이 확대되는 디지털 경제와 인간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디지털세와 종종 같이 거론되는 세금으로 로봇세가 있다. 인간과 같은 일을 하는 로봇의 노동에 과세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미 유럽의회는 2017년 인공지능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electronic person)’으로 지정했다. 과거에는 노동력을 절약하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기술 혁신이 정부가 장려하고 지원하는 대상이었지만 이젠 그 결과 탄생한 로봇이 일자리에서 밀려난 인간을 대신해 세금을 내야 하는 주체로 지목된 것이다.

이와 맞물려 기본소득(basic income)에 대한 논의도 더 진지하게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복지정책이 저소득층이나 사정이 있어 근로 능력이 떨어지는 개인·가구에 초점이 있었다면 기본소득은 전 국민 개개인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되는 것이다. 주로 진보적인 인사나 단체의 입장이지만 보수적 견해를 가진 측에서도 기존의 비대해지고 관료적인 복지체계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 나온다.

기본소득은 1516년 출간된 토머스 모어의 풍자소설 ‘유토피아(Utopia)’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사유재산 없이 모든 시민이 보장된 소득을 받는다는 가상의 섬나라 유토피아는 이상향을 의미하는 ‘유토피아(Eutopia)’와 발음이 같지만 사실 아무 곳도 아닌 곳(nowhere)이라는 뜻이다. 물론 모어는 남녀 모두 하루 6시간씩 똑같이 일하고 생산물은 공동 창고에 보관하며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평등하게 누리는 이곳을 이상향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어쩌면 모어 자신이 그러한 이상향은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다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유토피아의 핵심은 일할 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은 반드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해서 번 소득이 없어도 기본소득으로 생존해갈 수 있는 사회를 지레 적극적으로 마련하려는 것은 무언가 쉽게 포기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본소득 논의에 앞서 사람의 일을 지키기 위한 고민이 더 진지해져야 하지 않을까. 기술 진보에 역행하는 인간의 저항이 성공한 적은 없지만 어느새 맞이한 새해 둘째 달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을 해본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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