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출을 공부하러 7년간 일본에 있었습니다. 일본어를 못 해서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제가 3년 동안 센 햇볕을 맞으면서 얻은 게 딱 하나 있어요. 노안… 저 원로배우 아닙니다.”

배우 김응수(59)는 자신의 남다른 인생사를 위트를 한가득 버무려 전했다. 영화 ‘타짜’의 “묻고 더블로 가!” 곽철용 캐릭터로 신드롬을 일으킨 김응수이지만, 정작 배우로서 살아온 그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많이 없을 터였다. 이처럼 이채로운 얘기들이 펼쳐진 곳은 지난달 28일 처음 방송된 KBS 2TV ‘스탠드 업’(사진). 지난해 11월 개그우먼 박미선을 앞세운 파일럿이 호평을 얻어 정규 편성된 예능으로, 영미권 코미디의 근간인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표방한다.

여타 버라이어티나 토크쇼처럼 밀도 높은 웃음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목을 끄는 출연진을 내세워 화제성만큼은 확실히 잡은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서동주가 그중 하나였다. 이혼을 경험한 그는 이혼 남녀가 겪는 애환을 시종일관 솔직하게 풀어냈다. “클럽에서 질척거리는 사람에게 이혼을 고백하면 사라지더라” 같은 너스레도 함께였다. 다른 이의 인생 여정을 찬찬히 듣는 데서 오는 묵직함이 스탠드업 코미디쇼가 전무한 국내 예능계에서 스탠드 업만이 가진 강점인 셈이다. 박나래의 맛깔나는 진행도 힘을 보탰던 요소다.

다만 의아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정치나 젠더, 인종 등 사회 이슈를 과감하게 파고드는 해외의 스탠드업 코미디와는 달리 강연 프로그램이 된 듯한 느낌을 주곤 했다. “주어진 청춘을 만끽하시라”는 김응수 멘트에서는 착한 프로그램에 대한 강박이 엿보이기도 했다. 포경수술과 대기업 편법 증여를 연결한 코미디언 강석일의 풍자도 있었으나, 출연자 간 이야기 톤이 달라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그럼에도 신선한 얼개와 궁금했던 인물들의 입담에 힘입어 스탠드 업은 2%(닐슨코리아)인 시청률과 화제성을 점점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등으로 스탠드업 코미디가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 저변이 넓지 않아 출연자 기용에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코미디 다양성을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포맷이 좋고, 공영방송 색깔과도 잘 맞는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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