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의 문구 여행기’라는 이색 신간을 내놓은 문경연씨. 문구 마니아인 그는 다양한 문구 중에서도 클립을 좋아한다고 했다. 문씨는 “가느다란 줄 하나로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게 클립의 세계”라며 “아마존 등을 통해 2주에 한 번씩은 클립을 사곤 한다”고 말했다. 윤성호 기자

연필 노트 필통 볼펜…. 어릴 때부터 이런 문구를 접할 때면 기분이 좋았다. 중학생 때는 필통을 3개나 갖고 다녔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좋아하는 문구로 뭔가를 끼적이는 데 몰두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절반 가까이를 문구 구매에 썼다. 그야말로 ‘문구 덕후’라고 부를 수 있는 사연의 주인공은 최근 ‘나의 문구 여행기’(뜨인돌·표지)라는 신간을 내놓은 문경연(27)씨.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문씨는 “어릴 때부터 종이에 뭔가를 쓰면서 큰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아닌 종이에 연필이나 펜으로 뭔가를 적으면, 이야기가 한 장소에 머무는 느낌을 받게 돼요. 컴퓨터로 원을 그리는 것과 손으로 직접 동그라미를 그리는 건 완전히 다르잖아요. 아날로그의 세계에서 ‘같은 동그라미’는 나올 수 없는 법이니까요.”

‘나의 문구 여행기’에는 67일간 유럽과 미국 등지에 있는 문방구 여행에 나선 문씨의 여정이 담겨 있다. 여행을 떠난 시기는 2017년 12월. 그해 여름 대학을 졸업한 문씨는 취업 준비생으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싼 가격의 항공권을 발견하면서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과 애인에게는 각각 여행 일수만큼의 편지를 전달했다. 문씨는 책에서 이 편지들이 어떤 의미를 띠는지 이렇게 적어두었다. “나의 여행이 취업을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것이 아닌 나다운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과 하루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고 경험을 차곡차곡 잘 쌓아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담은, 일종의 각서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문구 여행’은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런던, 미국 뉴욕으로 이어졌다. 개성 넘치는 문방구를 찾아다니면서 눈에 띄는 문구를 수집했다. 책에는 문씨가 찍은 아기자기하면서 근사한 문구들의 사진과, 그가 통과한 청춘의 한때가 자세하게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의 여정을 “한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어디까지 좋아할 수 있나 실험했던 여행”이라고 소개했다.

여행은 문씨의 삶을 크게 바꿔놓았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귀국한 뒤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문구 브랜드를 만들었다. 브랜드의 이름은 “온기가 머무는” 아날로그의 세계를 지키겠다는 뜻을 담은 ‘아날로그 키퍼’. 책에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키보드의 ‘ㄱ’을 누르면 단숨에 ‘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펜촉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다가 적당한 위치에서 아래로 내려가야 글자가 완성되는 세계, 이 세계가 아날로그다.”

그렇다면 문씨가 독자들로부터 기대하는 반응은 무엇일까. 그는 “어머니가 저의 책을 읽은 뒤 꿈이 생겼다고 말씀하시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독자들도 저희 어머니와 비슷한 말을 해주신다면 좋을 거 같아요. 제 책이 많은 이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책이 됐으면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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