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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죽음의 카니발

라동철 논설위원


강원도 화천군이 2003년부터 매년 겨울 개최하고 있는 화천산천어축제는 국내 대표적인 겨울축제다. 얼음썰매 타기, 얼음축구, 인간컬링, 눈사람 만들기대회, 문화행사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얼음낚시다. 얼어붙은 화천천에 구멍을 뚫고 낚싯줄을 늘어뜨려 산천어를 잡아 올린다. 무릎 높이 정도로 물이 찬 수조에 들어가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잡은 산천어는 즉석에서 회를 뜨거나 구워 먹는다. 1월에 3주 일정으로 열리는 이 축제에는 10년 넘게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왔다. 한파가 맹위를 떨쳤던 지난해에는 무려 184만명이 몰렸다. 외국인들도 14만명 넘게 찾았을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달 27일에야 개막했지만 여전히 인파가 넘친다.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 얼음낚시터를 폐쇄하고 수상낚시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 주말 많은 관광객이 찾아 축제를 즐겼다.

산천어축제는 화천군의 효자 관광상품이다. 인구 2만6000명에 불과한 화천군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산천어 입장에서 보면 축제는 ‘죽음의 카니발’이다. 축제 기간 수십만 마리의 산천어가 죽음을 맞는다. 관광객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산천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 죽어간다. 축제에 쓰이는 산천어는 전국 10여곳의 양식장에서 길러진 후 축제에 임박해 실려온 것들이다. 이들은 미끼를 잘 물도록 며칠을 굶긴 상태에서 화천천에 방류된다.

화천산천어축제가 인기를 끌자 비슷한 내용의 기존 축제들이 재조명되거나 새 축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평창송어축제, 인제빙어축제, 양평빙어축제 등 널리 알려진 것만도 10개가 넘는다. 내세운 어종은 달라도 방식은 산천어축제와 대동소이하다. 동물·환경 단체들로 구성된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가 지난달 화천군수 등을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산천어축제가 ‘오락·유흥 등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한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어류의 경우 식용 목적이면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지만 축제를 둘러싼 동물학대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축제라고 하지만 연례 행사가 된 물고기들의 떼죽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해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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