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의 정착으로 TV 앞을 지키는 시청자들이 줄어들고, 방송사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방송 쪼개기와 결방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갑작스러운 편성 변화로 눈총받은 ‘스토브리그’(SBS·위 사진)와 ‘사랑의 불시착’(tvN). 각 방송사 제공

프로야구 구단 얘기를 사실감 넘치게 풀어내 15%(닐슨코리아)대 시청률을 넘어선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최근 시청자 원성에 시달리고 있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치닫던 지난달 17일 10회부터 별안간 3부로 쪼개져 방송되면서다. 한 회가 20분씩 세 덩이로 나뉘어 전파를 탔는데 온라인에는 “맥 끊긴다”는 불만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 지난 설 연휴 휴방까지 더해지며 빈축을 샀다.

방송사마다 방송 계획을 이리저리 바꾸는 ‘엿가락 편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한 회를 여러 조각으로 쪼개는가 하면 결방도 잦아지고 있다. 시청 환경 변화와 방송사 자금 사정 등 여러 배경이 두루 작용한 결과인데, 시청자와의 약속인 편성의 잦은 변동은 방송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SBS는 유동적 편성과 관련해 “모바일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영상 시청 패턴이 변화하는 추세에서 편성을 다양하게 시도하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일면 수긍이 가지만, 이 같은 편성의 주요 배경으로 추측되는 건 역시 광고 수익이다. 쪼개진 스토브리그 사이에는 유사중간광고(PCM·Premium Commercial Message)가 두 차례 들어가는데, 막상 웨이브 등 OTT에서는 나뉜 일화를 합쳐 서비스하고 있다. 방송 쪼개기는 결국 최근 광고 수익 하락과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케이블이나 종편처럼 중간광고가 불가능한 지상파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같이 광고를 끼워 넣는 드라마와 예능들은 근래 들어 급격히 늘었다. MBC와 SBS의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와 ‘미운 우리 새끼’ 등도 마찬가지다. 광고주 선호도가 높았던 이승기 배수지 주연의 SBS 드라마 ‘배가본드’도 지난해 첫 회부터 세 편으로 쪼개 방송됐다. 수치로도 확인되는데,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상파 프리미엄 광고 프로그램은 2017년 37개에서 2019년 72개로 3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방송사들은 이런 편성 전략이 합법적인 것이고, 늘어난 수익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각각 독립된 편이 완전히 종료된 후 광고를 내보내는 유사 중간광고는 현재 방송법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쪼개기뿐 아니라 잦은 결방도 시청자를 뿔나게 하는 최근 방송가 행태 중 하나다. tvN은 지난 설 연휴 때 ‘사랑의 불시착’을 결방해 눈총을 받았다. 극은 지난달 첫 주에도 “추운 겨울 배우, 스태프들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촬영할 제작 현장을 확보하기 위해”라며 이미 한 차례 방송을 멈췄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드라마 촬영 현장을 감안하더라도, 잇단 결방이 안이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엿가락 편성의 근저에는 시청자 이탈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OTT가 활성화되며 TV를 통해 본방송을 챙겨보는 이들이 줄면서 방송사마다 편성에 더 쉽게 손을 대는 셈인데, TV 이탈을 가속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사들이 미니시리즈 시간대를 조금이라도 당기려 애쓰는 건 아직 방송 시청률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잦은 편성 바꾸기가 프로그램 몰입도는 물론 채널 신뢰에도 금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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