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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팩트입니까?

전재우 사회2부 부장


기억력 착각, 소박한 실재론, 사후해석 편향, 계획 오류, 정서예측 오류, 평균 이상 효과(낙관적 편향), 확증편향, 가용성 편향. 인터넷 게시판에 자주 거론되는 ‘나에 대한 착각 8가지’다.

자신의 기억을 과신하는 것, 스스로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다고 믿는 것, 어떤 일이 일어난 후에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신의 실행력에 대한 과대평가, 미래의 감정을 잘못 예측하는 것, 스스로 평균 이상이라 생각하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집단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고 여기는 것 등으로 요약 설명할 수 있다. 난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착각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더해지고 유대감을 형성하면 모임이 만들어진다. 특정한 어떤 것에 편향된 모임이다. 취미일 수도, 이념일 수도 있다. 한가지 모임만 갖는 사람은 없다. 최소 두세 개의 모임에 속해 있다.

사람들은 모임 속에서 다른 구성원의 신뢰를 얻길 원한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더 높은 신뢰를 받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고, 특정한 사람의 환심을 얻기 위해 ‘너만 알고 있어’ 식의 이야기를 나눈다. 소문이다. 국어사전에선 소문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을 뜬소문, 헛소문, 유언비어, 풍문이라고 한다. 일본의 사회학자 마쓰다 미사는 저서 ‘소문의 시대’(2016, 추수밭)에서 평균화·강조·동화의 과정을 통해 소문이 전달된다고 분석한다. 자신에게 적합하게 해석하고 듣는 이에게 적절하게 각색된다. 그럴싸한 근거도 추가된다. 신뢰도가 높고 유대감이 강하게 형성된 상태라면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재난 상황이라면 더 빠르게 퍼져 나간다. 위험을 피하는 방법이라면 오히려 ‘살이 붙는다’.

여기에 언론사가 발을 담갔다. 속보와 구독 수의 유혹을 못 이긴 탓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확인도 않은 채 기사로 쓰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질병관리본부가 항만을 통해 들어온 중국인 입국자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최근 기사가 대표적이다. 정확한 통계를 정리해서 추후 공지하겠다는 얘기를 놓친 모양이라고 대신 변명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이 기사로 정부의 무능, 중국인 혐오 조장 등에 관한 인터넷 글이 늘어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정확한 숫자(2월 1일 당시 979명)를 언론사에 전달했다. 종이신문이나 방송사의 정규 뉴스 프로그램에선 반드시 사실 확인을 거쳐 기사를 내보낸다(해석의 차이는 있다).

마쓰다 미사는 소문에 대처하기 위해 ‘애매함에 대한 내성’을 가지라고 권한다. 추측이나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보 습득을 통해 애매함을 줄여나가라는 것이다. 미디어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도 제안한다. 온·오프라인의 연계성도 주의 깊게 살피라고 권한다. 언론의 신뢰도 확보도 강조한다. SNS에 글을 올릴 때도 ‘카더라’를 그대로 올리거나 거짓을 흘리지 말아야 한다. 장난삼아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어떤 도시에서 발생했다는 글을 유포한 20대가 4일 검거됐다. 이 메시지 탓에 해당 지역 보건소가 업무를 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사회적 피해를 준 셈이다. 제주에선 신종 코로나 관련 소문을 퍼뜨렸다는 30대가 자수하기도 했다. 경기도에서도, 대구에서도 헛소문은 인터넷을 타고 퍼져 나갔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는 사회적 공간이다. 글을 올리면(발행하면) 팔로워(구독자)들이 읽는다. 공개 글을 쓰게 되면 그 글을 쓴 사람은 발행자(publisher)가 된다. 발행자는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소문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주관 확립도 제안하고 싶다. 주관을 가지려면 어떤 상황을 사실 그대로 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제하면서 객관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팩트(사실)’에 충실하면 된다.

전재우 사회2부 부장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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