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소재로 한 개그 웹툰 ‘가우스전자’를 8년 5개월간 연재하며 사랑받은 곽백수 작가. 친근한 캐릭터와 위트 넘치는 묘사, 정교한 줄거리로 무장한 그의 만화는 관공서와 기업 홍보 목적의 브랜드 웹툰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사진은 그의 만화 ‘가우스전자’의 등장인물들. 필자 제공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개그 웹툰 ‘가우스전자’가 지난해 말 연재 종료됐다. 2011년 6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무려 8년 넘게 4개 시즌을 통해 총 2070화가 연재됐다. 작가 곽백수(48)는 동일한 배경의 회사와 반복되는 등장인물의 한계에도 항상 새로운 언어와 상황을 발굴해 직장인들에게 웹툰을 통한 힐링의 순간을 선물했다. 일본 샐러리맨 만화 ‘시마과장’이 한 회사원이 전자회사에 입사해 조직에 적응하고, 기획과 결재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겪는 스트레스와 카타르시스의 상황을 서사적 긴장감으로 보여주었다면, 가우스전자는 짧은 상황제시와 긴박한 반전 및 블랙 유머의 자기 공감으로 한국의 직장문화를 지긋이 저격했다.

한 개 시즌을 2년씩 연재하고, 중간마다 2개월씩 휴재하며 총 4번의 사이클을 통해 유지해온 작가의 집중력은 아직도 여전하다. 본래 오랜 연재로 지쳐 지난해 6월쯤 ‘주주총회’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감하려고 했다. 하지만 때마침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 출시가 계약되는 바람에 게임 발매 전까지 연재해야 계약이 유효하다고 해서 굳이 2000회 연재를 넘겼다는 솔직한 후기까지 서슴없이 공개했다. 독자를 배려하는 수준을 넘어 소통의 호기심을 직설적으로 관통하는 개그로 웃음을 주는 작가다.

마법 같은 섬세한 위트와 줄거리

8년 동안 한국의 기업문화는 급변했다. 초기 독특한 캐릭터 웹툰으로 설정했던 가우스전자는 이후 대기업 문화의 변화와 시장의 불확실성, 세대 문화 및 워라밸 등 작가의 취재와 상상력을 넘어서 변해가는 직장에 대한 새로운 인식 같은 다양한 변수에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던 것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남긴 작가 스스로의 고백은 독자들의 공감지수를 높인다.

“직장이란 공간에서 객체로 남지 않고, 주체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자! 흙수저, 희망 고문, 열정페이 같은 열패감을 부추기는 내용은 피하자! 그렇다고 억지로 희망이 있다고 말하지 말자! 가우스전자를 본 후 사람들이 세상을 더 삭막하게 인식하게 되는 건 피하자!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어찌 됐건 화장실에서 잠깐 보며 피식 웃을 수 있는 만화여야 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상황을 보여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하자. 독자와 거리를 두되, 독자와 멀어져서도 안 된다. 문제 지적을 넘어 해결 방법도 같이 제시하도록 노력하자.”

결국, 후기에 나오듯이 가우스전자 안엔 “절망 속에 희망이 있고, 웃기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냉혹하지만 따뜻한 느낌의 그런 만화를 만들어주세요”라는 편집자 곽백수의 목표와 이를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생각하며 긴장하는 작가 곽백수의 힘든 다짐이 매회 공존했던 셈이다. 마지막 연재의 이 같은 흥미로운 장면 연출은 작가의 섬세한 위트와 정교한 스토리라인을 확인시킨다.

2003년 연재를 시작한 곽백수의 만화 ‘트라우마’. 1998년 데뷔해 긴 무명시절을 보냈던 그의 이름을 알린 출세작이다. 필자 제공

곽백수의 이런 작가 정신은 이미 이전에 연재했던 ‘트라우마’에서부터 여전했다.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연재됐던 트라우마는 총 371화로 완결됐는데, 이미 이때부터 성인들이 웃기면서도 슬픈 마음으로 ‘좋아요’를 누를 수 있게 스토리가 부담 없었다. 곽백수는 이미 트라우마 2화 ‘신의 계시’에서부터 이 작품의 특징과 성과를 예견케 했다.

“주식방송을 TV로 시청하는 중에 예수님이 나타나 계시를 해주신다. ‘아들아, 내가 너에게 로또 번호를 가르쳐주마.’ 번호를 꼬박꼬박 모두 받아 적고 만세를 불렀는데…. 마지막 웹툰 칸에는 이런 문장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전국에 방송됐다!’”

양영순 작가의 천재적 작품 ‘누들누드’의 반전과 국중록·이상신 작가의 블랙 유머 ‘츄리닝’이 효과적으로 혼용된 듯한 느낌이다. 곽백수는 이처럼 새로운 형식의 단편 개그를 천연덕스럽게 소개하면서도, 매회 새 소재로 ‘언제까지 이런 긴장을 선물처럼 줄 수 있을까’라는 독자의 걱정을 매번 해소하는 신묘한 마법을 보여준다.

브랜드 웹툰의 연금술사

청량고등학교와 관동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단편 만화 ‘투맨코미디-외계인 편’으로 데뷔한 곽백수는 트라우마와 가우스전자라는 걸출한 대표작품을 네이버웹툰에 연재하면서, 자신만의 특제 무기인 브랜드 웹툰(기업·공공기관에서 홍보를 위해 만화를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으로 차별화된 캐시카우 수익 모형을 구축한 영리한 작가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만화산업은 10대가 중심이었고, 20대 초반부터 만화책과 멀어지는 만화세대의 단절이란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었다. 20대 이상 성인들이 즐겨볼 만화 장르와 스토리라인은 이미 일본만화에 안방을 내주고 있었다. 주택가에 밀집해 있던 만화방 문화는 소멸됐고, IMF 이후 만화잡지가 사라지면서 성인들은 국내 만화를 접할 기회가 더 줄어들었다. 이때 2000년 초에 나타난 웹툰 서비스는 성인들에게 PC에서 만화를 만날 수 있는 열린 시장을 만들어주었고, 2010년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누구나 어느 곳에서 웹툰을 만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라우마와 가우스전자처럼 성인들이 쉽게 공감하고, 매회 짧은 시간의 힐링을 느끼게 하는 장르의 시도는 성인웹툰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했다는 시대적 의미가 있다. 또 곽백수가 단편 옴니버스에서 매번 보여주는 단출한 경험과 삶의 번민은 성인 독자들을 웹툰에 안착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고, 매일 출근해야만 하는 안타까움과 희망을 세대 언어로 재무장시키며 개그 웹툰의 가능성을 실재화했다.


곽백수(사진)는 출판만화로 데뷔해 잡지만화 시대를 어렵게 거쳐온 경험을 토대로, 도제 시스템 등 훈련과정 없이 웹툰에 연착륙한 독특한 사례다. 취재와 응용, 은유와 환유의 스토리텔링은 옴니버스식 작품에 적절하게 녹아내렸고, 이제는 장편 서사도 실험할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본인이 연재에 성공한 트라우마와 가우스전자의 내러티브를 적절히 활용하고,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배치한 브랜드 웹툰을 국내에서 가장 잘 그려내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두 작품의 친근한 캐릭터 메이킹 시스템이 독자들의 저항 없는 접근을 보장해내고, 기존 작품의 스토리텔링 연장선에서 보여주는 기업 브랜드의 솔직한 내용이 성인 독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효과적으로 유도해낸다는 것이 기업들의 호평이다. 입소문을 타고 여러 기업의 홍보전략과 맞물린 곽백수의 이 같은 작업들은 브랜드 웹툰 대표작가로서의 지형성을 구축하게 만든다.

곽백수의 브랜드 웹툰은 자신만의 장르를 적절하게 스핀오프한 작품들로 구체화되는데, 그 시도들이 각 기업과 관공서 홍보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자기 자리를 만들어낸다. 삼성생명의 자기자산평가 ‘㈜소크라테스’, 대원제약의 신약 소개 ‘속편한 신입사원’, 비씨카드의 스파이물 ‘코드명 가우스’, 동국제약의 위장취업전문 에이전트로 등장한 ‘DK 9’, 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예방 캠페인 ‘가우스 임파서블’, 한국마사회의 렛츠런파크 홍보 만화 ‘신 트라우馬’ 등 그의 브랜드 웹툰은 기업 홍보물인데도 불구하고 창발적 상상력과 자유로운 언어의 이종교배를 통해 소비자 마음속에 콘텐츠를 적절하게 기억시키는 연금술을 보여준다.

가우스전자 연재 마지막 회에 작가 곽백수는 이렇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 “원 없이 실수했고, 원 없이 기뻐하고, 원 없이 낙담하고, 원 없이 우쭐하고, 원 없이 실망하고, 무엇보다 원 없이 결국 그렸습니다.” 솔직한 작가의 고백은 늘 독자에게 하나의 팀임을 확인시킨다. 그래서 그가 새롭게 시도할 다음 작품의 실험에 모두가 기꺼이 동참할 수 있도록 기다림의 시간까지 긴장 상태를 선물한다. 영리한데 밉지 않고, 완벽한 건 아닌데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작가, 곽백수의 다음 도전을 기다린다.

<한창완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장·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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