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이자 미래학자로 꼽히는 제러미 리프킨. 그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글로벌 그린 뉴딜’은 인류 문명이 ‘탄소 후 녹색 시대’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민음사 제공

첫머리에는 “우리는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희망의 문구가 간단없이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종류의 전선으로 진입하고 있다” “새로운 여정의 출발선을 지나는 중이다” “복원의 시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첫머리에 등장한 ‘비상사태’는 무엇을 의미할까. 정답은 바로 기후변화다. 실제로 기후변화가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 문명을 결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구 기온은 산업혁명 시절보다 1도 상승했다(이것은 인간의 체온이 1도 오른 것과 비슷하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는 찜통처럼 변할 게 불문가지다. 그때가 오면 많은 생명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룬 책이야 세상에 널렸지만 ‘글로벌 그린 뉴딜’은 두 가지 이유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신간이다. 첫째는 저자의 명성이다. 글로벌 그린 뉴딜은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77)이 ‘한계비용 제로 사회’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리프킨은 전작인 ‘노동의 종말’ 등을 통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각광을 받았었다. ‘유러피언 드림’ 같은 책은 한때 국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애독서로 알려져 유명세를 탔다.


글로벌 그린 뉴딜이 각별한 의미를 띠는 두 번째 이유는 책에 담긴 선명한 메시지 때문이다. 리프킨은 화석연료 산업이 앞으로 8년 뒤인 2028년이면 종말을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유는 친환경(탈탄소) 녹색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예컨대 리프킨은 태양력과 풍력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비용이 훨씬 저렴해지면서 화석연료 업계가 궁지에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목에 담긴 ‘그린 뉴딜’은 1930년대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한 ‘뉴딜 정책’에서 빌려온 개념으로, 리프킨은 그린 뉴딜이 본격화되면서 화석 연료 산업에서 엄청난 좌초 자산(수요 감소로 채굴되지 않게 되는 화석연료)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탄소 버블은 역사상 가장 큰 경제 거품이 될 전망이다. 화석연료 부문의 붕괴는 불과 2~3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속도와 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인류사에서 경제적 변혁은 ①커뮤니케이션 매개체 ②에너지 ③운송 메커니즘의 발전이 동시에 진행될 때 일어나곤 했다. 가령 1차 산업혁명의 끌차 역할을 한 것은 인쇄와 전신(①)+증기력(②)+철도망(③)의 구축 혹은 발전이었다. 리프킨은 재생 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와 연료 전지, 자율주행차량 등이 상호작용하는 ‘그린 뉴딜 스마트 인프라’가 화석연료 시대를 끝장내는 변혁의 “구명 밧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랫동안 시장의 야멸찬 메커니즘을 비판하던 리프킨이 시장의 힘 덕분에 인류가 미래를 긍정하게 됐다고 말하는 건 분명 이색적으로 여겨지는 이 책의 포인트다. 그는 “화석연료 문명이 붕괴되고 있는 이번만큼은 시장이 인류 전체의 수호천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리프킨의 낙관이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인류의 어기찬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말미에는 리프킨이 ‘뉴딜 탄소 제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제안하는 23가지 안건이 적혀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인류는) 모든 현상에는 언제나 불확실한 청구서가 따라온다는 진리를 간과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현재의 기후변화는 그 청구서의 기한이 도래한 것과 다름없다. …복원의 시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새로운 세상의 현실에 어떻게 적응하는가에 따라 생물종으로서의 인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