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건 일본을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황망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니 고양이는 갈색 상자에 담겨 좋아하던 쿠션 위에서 얌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저자는 상자를 들고 경기도 고양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상자에 담긴 고양이의 털을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코스모스 한 송이와 함께 작은 관에 들어가 화장됐다.

고양이는 여섯 살 되던 해에 저자에게 왔고, 열네 살까지 살다가 숨을 거뒀다. 저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코끝이 매워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973년의 핀볼’에 나오는 문장을 소개한다. 회자정리의 뜻을 떠올리게 만드는,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다”는 문구다. 고양이 이야기를 다룬 챕터의 끄트머리에는 이 소설에 나오는 문구까지 적어두었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건 아주 오래전에 죽어버린 시간의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얼마 안 되는 그 따스한 추억은 낡은 빛처럼 내 마음속을 지금도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이 나를 사로잡아서 다시금 무의 도가니에 던져 넣을 때까지의 짧은 한때를 나는 그 빛과 함께 걸어갈 것이다.”

‘아무튼, 하루키’에는 이처럼 저자의 삶과 하루키의 작품을 포개놓은 에세이 14편이 실려 있다. 저자는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한국어로 옮긴 번역가 이지수다. 그는 중학생 시절, PC 통신을 통해 하루키의 문학을 처음 접했다. 하루키 마니아들이 흔히 그렇듯 처음엔 하루키의 스타일에 반했고, 하루키를 향한 사랑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히라가나도 모르면서 일문과에 진학했고, 일본 유학 초기 “내밀한 소통이 그리워지는 날이면” ‘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렇게 2인3각 경기를 하듯 저자는 하루키의 글과 동행하면서 청춘을 살아냈다.

그렇다고 이 책에 하루키 예찬만 한가득 담긴 것은 아니다. 가령 ‘기사단장 죽이기’를 다룬 챕터에서는 “여기저기 펼쳐진 이야기들이 제대로 수습되지 못한 것” 같았다는 아쉬움을 전한다. “지팡이를 휘두를 대로 휘두르고 반짝이도 뿌릴 대로 뿌리더니 결국 꺼낸 게 고작 먼지를 뒤집어쓴 조화 한 송이라면 관객이 그 쇼에 실망하는 건 당연하다.”

출판사 제철소, 위고, 코난북스가 연합해 펴내는 ‘아무튼 시리즈’의 26번째 책으로 하루키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이야기가 수두룩하게 실려 있다. 저자가 “하도 많이 읽은 나머지 삶의 곳곳에서 그 책의 문장들이 머릿속에 자동 재생될 때”가 있다고 말하는 책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그는 자신에게 구원의 손길과도 같았던 이 작품 속 문장을 소개한다.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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