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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진짜 문재인 사람의 조건

임성수 정치부 차장


‘대통령의 복심’ ‘대통령의 입’ 등 자타공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들이 4월 총선에서 국회 입성을 위해 청와대에서 여의도로 떠났다. 애초부터 출마 의지가 강했던 사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던 사람, 예상명단엔 없었다가 깜짝 출마를 밝히고 나간 사람 등 출마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총선을 위한 공직자 사퇴시한 바로 전날까지도 청와대 엑소더스는 계속됐다. 총선에 도전하는 청와대 출신 참모가 무려 70명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 말 그대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주변을 지키던 이들이 ‘자기 정치’를 위해 줄사퇴하는 모습을 본 문 대통령이 어떤 심정인지는 알 수 없다. “격려와 우려 모두 다 들어 있었다”(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는 말로 단지 짐작해볼 뿐이다.

청와대를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야 매일 마주치고, 통화를 나눴던 전직 참모들이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실제로 그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람들이 선출직 공직자의 역량을 갖췄느냐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대통령 한 사람만 바라봤던 참모들이 정당과 의회 정치의 복잡성 속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대통령의 사람이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집권 4년 차, 하락세에 있다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후보 공천적합도 조사에선 이력에 문 대통령 이름만 들어가도 적합도 수치가 20% 가까이 올라간다고 한다. 여당 지지층 내에선 문 대통령 프리미엄이 여전히 막강하다. 대통령과의 인연을 부각하면서 ‘대통령 찬스’와 ‘청와대 스펙’을 활용하고 싶은 유혹은 강력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한 충직한 참모였다면 ‘문재인 사람’이라는 완장부터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목청 높여 친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그들이 대통령의 사람이라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대통령 당선에 공헌한 수많은 사람 중에서 선발돼 청와대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특혜였다. 집권 초기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넘나들던 ‘황금기’를 이들은 함께 누렸다. 청와대에 남아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함께 할 참모들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또 문 대통령이 누누이 밝힌 것처럼 이 정부는 문재인정부인 동시에 민주당 정부이기도 하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좌한 이들뿐 아니라 여당에서, 지역에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뛴 이들이 모두 민주당 정부의 일원이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집권 4년 차였지만 40% 안팎의 지지율을 누렸다. 청와대 출신들은 저마다 ‘박심’을 내세우며 총선에 뛰어들었다. 여당도 이미 친박이 장악한 상태였다. ‘너도 친박, 나도 친박’이다보니 누가 ‘진박(진짜 친박근혜)’이냐는 경쟁까지 불거졌다. 민심은 돌아섰고 진박 마케팅은 역풍을 불렀다. 총선 참패를 부른 진박 마케팅은 박근혜 정권 몰락의 분기점이었다. 박근혜를 지키겠다는 마케팅은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민주당도 이미 ‘친문’과 ‘친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정당이라 불릴 정도로 대통령 중심의 정당이 됐다. 비주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마케팅을 하는 건 누가 더 친문이냐의 경쟁, ‘진문(진짜 친문재인)’ 논란만 부추길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일했다는 자부심은 선거 경쟁 과정에서 친문의 오만함으로 변질하기 쉽다. 결국엔 자신이 보좌했던 대통령에게도 누가 되는 행위다.

곧 민주당 당내 경선이 시작된다. 청와대 출신들이 겸허하게 당의 일원으로 경쟁하길 바란다. ‘대통령의 호위무사’ 따위의 브랜드 대신, 시대정신을 읽고 자신만의 메시지로 풀어낼 줄 아는 의원 후보들을 보고 싶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뿐 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국민까지도 설득하는 정치를 해야 집권 후반기인 문 대통령의 성공도 도울 수 있다. ‘문재인의 사람’이라고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문재인의 사람이다.

임성수 정치부 차장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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