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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정치 개혁에 역행하는 위성정당

라동철 논설위원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유권자 기만하고 총선 민심 왜곡할 우려
꼼수로 정치적 이득 꾀하다간 엄중한 심판에 직면할 것
민주당 지지자들도 위성정당 추진 중단해야


국내 정치 사상 초유의 비례대표 전용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지난 5일 중앙당을 창당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4·15 총선을 겨냥해 급조한 위성정당이다. 황교안 대표와 친분이 깊은 한선교 의원이 당적을 옮겨 대표를 맡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다른 의원들이 주요 당직을 맡는 등 창당을 한국당이 주도했다. 창당대회에는 황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한국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대회 진행도 한국당 부대변인이 맡았다. 한국당 홈페이지 소식란에는 근무기간 2개월짜리 미래한국당 인턴직원을 모집하는 공고가 올라와 있다. 미래한국당과 한국당이 ‘한몸’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한국당이 미래한국당을 출범시킨 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개정 공직선거법의 틈새를 파고들어 총선에서 의석수를 늘리겠다는 꼼수다. 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지지자들의 정당투표를 미래한국당으로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한국당이 현재 30%안팎인 한국당 지지율을 그대로 넘겨받는다면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 26석까지 차지할 수 있다. 한국당이 지역구에서 선전하고 양당이 공언한 대로 총선 후 합치면 제1당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당에는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이는 유권자들을 기만하고 선거 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다. 또 20대 국회가 이뤄낸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정치 개혁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2016년 4월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정당 득표율이 35.5%였지만 의석수는 40.1%인 122석을, 더불어민주당은 25.5%의 정당 득표율로 전체 의석의 41%인 123석을 차지했다. 지역구 전체 투표의 50.32%인 1225만8430표가 사표(死票)였다. 지역구 중심, 승자독식의 기존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에 유리하고 많은 사표가 발생한다. 소수 정당의 진입 장벽을 높여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도 지닌다.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등 이른바 ‘4+1 협의체’가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최종 도출해 낸 결과물이 지금의 선거법이다. 정당들의 이해가 충돌하고 특히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로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의 구도를 바꾸지는 못했지만 비례대표 30석에 50% 연동률을 적용한 것은 표심과 의석수의 괴리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장치로 평가된다. 당초 기대보다 미흡하지만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줄이고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제1당과 2당 사이에서 견제하고 중재할 수 있는 정당들이 존재하면 우리 정치가 극단적인 대결에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로 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이 출현해 비례 의석을 많이 가져가면 이런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황 대표는 창당대회 축사에서 “헌정을 유린한 불법 선거법 개악에 대한 정당한 응전”이라고 미래한국당 창당을 정당화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없애고 지역구를 270석으로 늘리자는 비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는 선거법 개정 논의를 끝내 거부했다. 합의 없이 선거법이 통과된 데는 기득권에 안주해 ‘지금 이대로’를 고집한 한국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한국당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거나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컷오프된 의원들을 추가로 미래한국당에 보낸다는 방침이다. 황 대표가 이미 몇몇 의원에게 의사타진을 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미래한국당 의원수를 제3당이 될 수 있는 정도로 늘려 정당투표 용지에서 두 번째 칸을 차지하도록 해 득표율을 높이고 국고보조금 수령액도 늘리겠다는 속셈이다.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에 대응할 묘수를 찾아낸 듯이 득의양양한 분위기지만 위성정당 전략이 뜻대로 될지는 불투명하다. 비례대표 후보 결정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폭발할 수 있고 선거법 위반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후보자나 선거사무원 등이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숱한 법 위반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하다.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이 위성정당에 공감할지 의문이다. 내부 혁신은 뒷전이고 편법으로 의석수 늘리기에 급급해 하는 구태 정당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역풍이 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당의 지역구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되고 미래한국당도 정당투표 득표율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래한국당에 대응하겠다며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을 추진하는 것도 우려된다. 민주당을 위한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려는 시도라면 독이 될 뿐이다. 즉각 중단해야 한다. 공천 개혁, 좋은 정책 제시 등으로 민심을 얻으려 하지 않고 꼼수로 정치적 이득을 꾀하다가는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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