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노역하다 피폭된 조선인 제일 먼저 구원받아야 합니다”

나가사키 원폭 조선인 도왔던 일본인 오카 마사하루 목사

부산 땅끝교회와 포항 기쁨의교회 일본어예배부 성도들이 8일 땅끝교회 홀리비전센터에서 세미나를 열고 일본 나가시키 오카마사하루기념평화자료관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는 여러분께 호소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생각하지 말고 상대를 생각해 봅시다. 일본인은 원자폭탄 피해를 보았다고 해도 전쟁을 수행하고 전쟁에 협력하다 피폭됐습니다. 조선인을 생각해 보십시오. 강제동원으로 여기 일본 나가사키까지 억지로 끌려와 ‘조센징’ 소리를 듣고, 개·돼지 취급을 받으며 인간 따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피폭됐습니다. 일본인은 가해자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원폭 피해뿐만 아니고 식민 지배와 강제노동으로 이중 삼중의 피해를 본 조선인이 제일 먼저 구원받아야 합니다.”


일본 나가사키 루터교회를 이끌던 오카 마사하루(1918~94·사진) 목사의 카랑카랑한 일본어 육성이 디지털로 재생되자 장내가 숙연해졌다. 지난 8일 오후 부산항 영도대교가 내려다보이는 땅끝교회(안맹환 목사) 제2성전 홀리비전센터의 6층 세미나실. 일본 ‘나가사키 재일 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의 대표를 지낸 오카 목사의 삶과 사상을 돌아보기 위해 일본인 10여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에도 불구하고 입국해 세미나에 참석했다.

신카이 토모히로(63) 오카마사하루기념평화자료관 부이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사회과 교사 출신인 신카이씨는 오카 목사의 육성을 소개하며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과 식민지배 책임을 인정했으며 특히 강제동원으로 피폭된 한반도 사람들에게 속죄 의식을 갖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던 분”이라고 말했다.

오카 목사는 18년 11월 오사카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기독교를 접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생계를 위해 일본 해군 전신병으로 복무했다. 전후 도쿄 루터신학교에 입학한 오카 목사는 과거 군인으로서 일왕을 숭배한 것을 철저히 참회하고 나머지 생을 오직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데 쓰기로 결심했다.

56년 나가사키 루터교회에 부임한 오카 목사는 58년 한반도에서 밀입국한 사람들을 수용하던 오무로수용소에서 복음을 전하고 65년엔 ‘나가사키 재일 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을 발족한다. 71년에는 나가사키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피폭자 원호수당에서 배제된 조선인을 구해야 한다고 연설하다 극우단체로부터 린치를 당했다.

나가사키시의 조선인 피폭자 조사를 이끌어냈으나 조선인 1400명 사망이란 축소된 결과를 내놓자 수년간 도시락을 싸서 현장을 다니며 직접 조사해 ‘원폭과 조선인’ 자료집 시리즈를 냈고, 조선인 2만명 피폭에 1만명 사망이란 추정치를 내놓는다.

92년엔 소설가 한수산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경기도 화성 제암리교회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한수산이 최근 영화화된 소설 ‘군함도’를 저술하는 데 밑바탕이 된 하시마탄광 관련 강제동원 자료도 전달했다. 94년 7월 갑작스레 별세했으나 그의 유지가 담긴 평화자료관이 95년 개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카 목사 세미나는 땅끝교회 일본어예배부가 주관했다. 일본 선교사 출신인 일본어예배부 김대호 목사는 “한·일관계가 얼어있는 이때 조선인을 품은 일본인 목회자의 삶을 반추함으로써 일본선교에 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땅끝교회는 영어예배부와 일본어예배부를 두고 있다. 안맹환 목사는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사명에 따라 국제도시 부산의 영적 창고(倉庫)로서의 교회 소명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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