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있나요?” “죄송합니다. 없습니다.” 하루에도 예닐곱 번, 똑같은 질문과 대답이 반복된다. 출입문에 ‘마스크 품절’이라고 써 붙이려다 왠지 싸늘해 보여 손길을 멈춘다. 편의점에는 ‘없어서 못 파는’ 경우가 때로 생기곤 한다. 몇 년 전 어떤 과자가 크게 히트를 치더니 선착순 예약 판매는 물론 친구들 청탁까지 받을 정도였고, 지난해엔 어떤 젤리와 초콜릿이 진열대에 놓자마자 게눈감추듯 사라졌다. 최근에는 ‘펭수’가 인기를 모으며 관련된 모든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나름대로 분주히 노력한다. 본사 담당 사원에게 물량을 더 받을 수 없느냐 닦달하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다른 친구에게 연락해 “안 팔리면 나한테 넘겨”하면서 슬그머니 흥정을 붙이기도 한다. 이런 품절은 언제나 반갑다. 어쩔 수 없는 장사치인지라, 안타까운 품절이기도 하다. 눈앞에 ‘인생 월척’들이 유유히 헤엄치는데 얼른 뜰채를 찾지 못하는 심정이다.

마스크를 찾는 손님을 몇 명 돌려보내고 계산대에 조용히 앉아 있으려니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아, 힘들지?”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는 늘 이렇게 안부를 묻는다. “아니에요, 어머니. 매출이 올랐어요.” 사실 그렇다. 일단 마스크가 많이 팔려 매출에 도움이 되었고, 손세정제는 물론 구강세정제, 덩달아 물티슈까지 매출이 올랐다. 사람들이 외식을 삼가는지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 판매도 늘었다. 실내 흡연실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우리 편의점은 담배 매출도 늘었다. 음료와 과자 매출도 조금 상승하는 느낌이다. 주택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물으니, 사람들이 일찍 귀가하는 탓에 맥주와 안주류 매출도 약간 늘어난 것 같단다.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두가 고통당하고 침울한 시기에 이런 소식을 전하는 것은 무척 송구한 일이다. 똑같은 편의점이라도 다른 어떤 편의점은 손님이 줄어 주인장이 울상을 짓고 있을 것이다. 비록 장사치이긴 하지만 흥겹지 않은 품절이 있고, 반갑지 않은 매출이 있다. 지금 품절, 지금 매출이 그렇다. 마스크 같은 건 안 팔려도 좋으니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매출이 조금 줄어도 좋으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마스크 벗은 손님들의 환한 미소가 그립다.

그간 장사하며 깨달은 교훈이 하나 있다면 나의 웃음은 누군가의 한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노력으로 거둔 성과는 물론 대견하지만, 손쉽게 얻은 이익에 혹시 다른 이의 눈물이 섞여 있지는 않을까 항시 조심하며 되돌아본다. 지금이 그러한 때 아닐까? 나보다 ‘주위’를 둘러볼 때, 평소에는 싸웠더라도 이럴 때만큼은 협력할 때, 믿고 응원하며 따라 줄 때,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며 기다려 줄 때. 그때가 바로 오늘 아닐까. 그리하여 이 어둠 걷히고 화사한 봄날, 우리가 얼마나 강인하고 의연했는지 웃으며 추억할 수 있게 되길.

봉달호 (작가·편의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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