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학 입학정원이 입학자원을 초과하는 역전현상이 본격화된다. 교육부가 추계한 2020학년도 대입자원은 약 48만명으로 대입정원 49만7218명에 비해 1만7000여명 부족하다. 2024년에는 무려 12만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이 왜 학령인구절벽의 위기상황에 빠지게 되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의 하나인 역사적 제도주의에서는 과거의 결정과 제도를 추적하여 이들이 후속되는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현재의 위기상황은 과거 일정 시점에서 선택한 정책들이 미친 영향이 누적된 결과이므로 분기점이 된 과거의 정책들과 그 결과를 살펴보겠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초·중·고등 교육에서 교육의 기회를 무모할 정도로 확대하는 양적 팽창 정책을 펼쳐 왔다. 1960년까지 초등학교 취학률을 100%로 끌어올렸고, 중학교 무시험 입학(66년)과 고교 평준화 조치(74년)를 통하여 80년까지 중·고교 취학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당시 교육시설과 인적자원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아 콩나물교실에 2부제 수업도 진행했던 까닭에 양질의 교육은 어려웠다. 대학은 70년대까지 대입 정원을 적절하게 통제하여 80년 당시 대입정원(전문대학 포함)이 약 15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80년 7·30 교육개혁 조치를 분기점으로 확대정책으로 전환해 81년에만 10만5000명이 증원됐고, 94년에는 43만명으로 늘어났다. 95년 5·31 교육개혁에서 대학설립준칙주의 및 대학자율정원제 채택을 계기로 대입정원은 급속도로 늘어났다. 2003년에는 무려 64만3000명이었다. 참여정부에서 2004년 대학구조개혁정책을 수립한 후 오늘날까지 대입정원을 49만7000명 수준으로 떨어뜨렸지만 대입 지원자가 더 가파른 속도로 감소하여 오늘날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대학보다 훨씬 앞서서 순차적으로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맞이한 초·중등 교육의 상황을 살펴보자.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오늘날 한국의 초·중등 교사 대비 학생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한다. 2017년 기준 OECD 회원국의 교사 대비 학생 비율 평균은 유아교육 16명, 초등교육 15명, 중교 과정 13명, 고교 과정 13명이었다. 2019년 기준 한국은 유아교육 11.9명, 초등교육 14.6명, 중교 11.7명, 고교 10.6명으로 모든 지표에서 OECD 평균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보다 양호하다. OECD 주관으로 2000년부터 3년마다 만 15세 학생(한국 고교 1학년)들의 읽기, 수학, 과학 영역의 학업성취도를 파악하는 PISA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은 전 영역에 걸쳐 세계 상위 수준을 유지해 왔다. 최근 PISA 2018 평가에서 한국 학생은 OECD 37개국 가운데 읽기 2~7위, 수학 1~4위, 과학 3~5위로 높은 성취 수준을 이어갔다. 한국의 초·중등 교육은 양적 팽창에서 시작하여 오늘날 성공적으로 질적 전환을 이룩하였다.

대학은 어떠한 상황인가. 고등교육 부문에서 OECD 국가의 교수 대비 학생 비율은 평균 16명인데 한국은 2019년 기준 일반대학은 23.7명, 전문대학은 35.9명이다. 한국 고등교육의 교수 대비 학생 비율은 2019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63개국 가운데 29위에 불과했다. 게다가 회사 경영진 대상의 설문조사로 파악한 대학교육의 사회적합성 순위는 2018년 49위에서 2019년 55위로 하락하였다. 양적 팽창에만 급급했던 고등교육시스템의 질적 경쟁력이 크게 뒤처져 급변하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적기에 공급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변동이 절실한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하여 다음과 같은 방향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입학자원 급감으로 진행될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교수 대비 학생 비율을 낮추어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맞춤형 교육을 위하여 소규모 강의와 대면교육은 필수적이다. 둘째, 대학은 국가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고 유연한 학사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인재를 대학이 길러내려면 과거와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융·복합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남궁근 서울과기대 행정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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