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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상훈 윤정희 부부 (11) 아내의 끈질긴 노력에… 마음 열고 다가온 한결이

요한이처럼 어린나이에 파양 겪은 아이 아픔과 분노로 자신 만의 세계에 갇혀

지난해 3월 백두산에 오른 가족들. 왼쪽부터 하민, 윤정희 사모, 한결, 햇살, 요한, 사랑.

여덟째는 한결(15)이다. 2013년 만 8세에 우리 집에 왔다.

넷째 요한이를 키우면서 우리 부부는 마음속으로 다짐한 게 하나 있었다. 어린 나이에 파양된 아이만큼은 신중하게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애착 형성도 안 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나오지도 않기 일쑤인 아이를 이젠 더 돌볼 여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입양기관 선생님이 아내에게 어렵게 말씀하셨다.

“저… 우리 기관에 다섯 살에 입양됐다가 일곱 살에 파양돼 온 아이가 있어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데 아직 한글도 모르고 숫자도 모르고 말도 잘 안 듣고…. 부모님이 사랑으로 잘 양육하면 진짜 좋아질 것 같은데, 요한이를 보니 이 아이가 생각나서요. 어머니가 입양하시면 안 되나요.”

이번에도 아내는 ‘어렵겠네요’란 말 대신 “우리가 키우지요”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를 믿고 아이를 보내주시니 저희가 더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한결이는 우리집에 오는 날부터 힘들었다.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어찌나 떼를 쓰는지 한결이 담당 남자 선생님이 안고 집으로 들어오셨다. 다시 가겠다고 우는 한결이를 보자 요한이의 지난날 모습이 생각났다.

한결이 역시 말썽을 부리거나 화가 나면 책상 아래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아내는 요한이 때처럼 책상 아래로 같이 기어들어 갔다. 책상 아래에서 한결이에게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어줬다.

“한결아, 어린 왕자는 여우를 만나잖아.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인다는 것’이 무엇이며 길들이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또한 길들이는 것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 알려 주잖아. 그리고 세상을 잘 보려면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걸 알려 주잖아.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을 여우가 다 하고 있네.”

한결이와 아내는 책상 아래에 한참을 있다가 나중엔 서로 안고 눈물을 흘렸다. 아내가 내민 손을 한결이가 덥석 잡으며 결국 책상 밑에서 나왔다. 한결이는 “부침개가 먹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김치를 썰고 부침가루를 개며 기쁜 맘으로 부침개를 만들었다.

모든 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나머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한결이도 마음의 아픔과 분노가 남아있어 학교에서 말썽을 부리곤 했다. 그럴 때면 아내가 달려가 학교 선생님께 무릎까지 꿇으며 용서를 빌었다. 형들을 따라 쇼트트랙 등 운동을 시켰는데 한결이는 어렵게 어렵게 따라왔다. 그저 말썽만 부리지 말라며 한결이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거닐고 소나무 숲을 달리며 자전거 여행을 하곤 했다. 요한이 때보다 더 간절히 한결이가 주님 안에서 치유되길 바라며 기도했다.

한결이는 나와 홈스쿨을 하며 말씀 안에서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다. 마음의 여유를 찾아가는 한결이를 보며 사랑의 힘을 깨닫고 있다.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 부부는 오직 주님께 매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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