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된 14명 가운데 현직 판사 3명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이에 연루된 전직 판사가 지난달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사건의 핵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이 사실상 법원의 첫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가 법관 비리 사건으로 비화됐을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었던 신 부장판사는 수사 확대를 막으려는 법원행정처 지시로 영장전담 판사들로부터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에 나온 수사기밀 등을 보고받아 임종헌 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다. 조·성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판사들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객관적 사실만 제외하고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행정처의 수사 확대 저지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고 조직적 공모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신 부장판사가 사법신뢰 방안을 마련토록 하기 위해 법관 비위 관련 내용을 행정처에 보고했을 뿐이며, 이는 직무상 정당하다는 것이다. 유출한 수사 정보도 보호할 가치가 있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 이유로 검찰이 적극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징계 등을 다루는 행정처에도 수사 상황을 알려준 점을 들었다. 이들 혐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돼 있어 다른 재판에도 일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심 판결일 뿐이지만 세상을 뒤흔든 사건치고는 허탈한 결과다.

근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사건 수사기록의 기밀 가치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서다. 오히려 기밀을 빼돌리고 행정처 지시에 충실함으로써 영장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반 사건과 달리 혹여 제 식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온다. 검찰 수사 당시 압수수색·구속영장을 숱하게 기각하면서 진상 규명에 비협조적이었던 게 바로 법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혐의를 직무상 행위라고 단정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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