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주말극 ‘사랑의 불시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박지은 작가. ‘내조의 여왕’을 시작으로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시킨 방송가의 대표적인 스타 작가다. 연합뉴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대표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누구부터 언급해야 할까. 김은숙 김은희 같은 이름이 거론되겠지만 이 작가의 이름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박지은(44). SBS 주말극 ‘칼잡이 오수정’(2007)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시키면서 한국 드라마 시장을 대표하는 작가가 됐다.

요즘 안방극장 화제작인 tvN 주말극 ‘사랑의 불시착’도 박지은의 작품이다. 16부작으로 편성돼 종영까지 2회를 남겨놓고 있는 이 작품은 17%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은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지난 11일 내놓은 콘텐츠영향력지수에서도 드라마 부문 정상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사랑의 불시착’의 인기 비결로 맛깔나는 대사로 흡인력을 끌어올린 대본의 힘을 꼽는다. 스타 작가 박지은의 명불허전 파워가 다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박지은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손예진과 현빈이 호흡을 맞춘 ‘사랑의 불시착’ 중 한 장면. tvN 제공

2000년대 초반 예능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일하다가 드라마 시장에 뛰어든 박지은이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건 2009년 방송된 ‘내조의 여왕’(MBC)이 크게 히트하면서였다. 드라마는 짜임새 있는 줄거리와 독특한 스토리를 앞세워 3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지은은 단숨에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고 히트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KBS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은 ‘시월드’라는 단어를 유행시키며 국민 드라마가 됐다. 특히 SBS 미니시리즈 ‘별에서 온 그대’(2013~2014)는 한동안 주춤하던 ‘드라마 한류’에 다시 불을 댕기는 역할을 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로 부상했고 중국 대륙에 ‘치맥 열풍’까지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박지은이 판에 박힌 사랑 이야기도 색다르게 풀어내는 실력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박지은의 작품 중에는 외계인과 여배우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 ‘별에서 온 그대’, 한국 최초의 야담집 ‘어우야담’에 등장하는 인어 이야기를 소재로 한 ‘푸른 바다의 전설’(2016~2017)처럼 독특한 설정을 통해 극의 재미를 배가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의 불시착’도 북한 장교와 남한 재벌 상속녀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박지은은 자칫하면 진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로맨스극의 얼개를 흥미롭게 바꿔놓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의 작품은 언어유희나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웃음 코드’를 만들어내는데, 이런 부분이 제대로 적중하고 있다”며 “사회 문제를 무겁지 않게 그려내는 실력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사랑의 불시착’을 두고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박지은 특유의 대중적 감각이 제대로 발현됐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드라마평론가인 김공숙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전작인 ‘푸른 바다의 전설’은 ‘별에서 온 그대’의 복제품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은 다르다”며 “작가가 독하게 마음을 먹고 쓴 것 같다. 박지은은 무엇보다 로맨스를 잘 다루는 작가인데, 신작에서는 그의 재능이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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