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가운데) CJ 부회장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 때 마지막으로 깜짝 소감을 전해 주목받았다. 연합뉴스

“마이크가 내려간 게 무대에서 내려오라는 신호인 줄 몰랐어요. 기술적 결함인 줄 알았죠. 봉준호 감독이 ‘저는 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이번엔 한 말씀 하세요’라고 해 앞으로 나갔던 거예요. 불이 켜지더니 톰 행크스와 샤를리즈 테론이 ‘어서 말해!(Go for it, up up up!)’라고 외치는 게 보이더라고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말미 영화 ‘기생충’ 작품상 수상 소감으로 큰 관심을 받은 이미경 CJ 부회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영화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날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부회장을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대모’라고 소개한 이 매체는 그가 “무대에서 내려오라는 뜻인 걸 알았다면 소감은 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고 전했다.

사진은 이미경 부회장이 수선해 시상식 당일 입은 의상. 영화 속 대사와 전하고픈 메시지들이 적혀 있다. 할리우드리포터 홈페이지 캡처

책임 프로듀서로 100억원 규모의 홍보 프로젝트를 지휘한 이 부회장은 기생충 오스카 석권의 숨은 공신이다. 직접 고른 시상식 당일 의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밴드에 ‘기생충은 멋지다(PARASITE is cool)’ 등의 메시지와 영화 속 대사를 새겨 넣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 포스터 등장인물들이 검은 밴드로 눈을 가리고 있는데, 옷 밴드에 영화 문구들을 담으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CJ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주역 중 한 명인 이 부회장은 국내 문화계에도 굵직한 변화들을 만들어왔다. 기생충 수상은 그간의 노력이 빛을 내는 순간이었다.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이 부회장은 “어릴 적 외국 TV쇼나 영화를 주로 봤다. 한국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 탓에 우리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래서 더 다양하게 한국 콘텐츠를 세계에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앞서 한국어와 영어로 된 실화 바탕 영화를 1편씩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이 부회장은 봉 감독의 차기작에 대해 “우리는 새 작품에 대해 항상 이야기 나누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할 내용은 없다”며 “봉 감독이 ‘내가 극본을 쓰고 연출하고 제작도 해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 참고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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