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자당에 대해 비판적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칼럼 게재 신문사 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진보 성향의 임 교수는 지난달 29일자 ‘민주당만 빼고’란 제목의 종합일간지 칼럼에서 국민들의 정치 혐오 현상을 지적하면서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말미에는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발끈한 민주당이 지난 5일 임 교수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정당이 칼럼 집필자를 고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심산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정부나 박근혜정부 때에도 보기 힘들었던 일이 문재인정부에서 버젓이 일어났다.

이에 야권은 물론 여당 내부와 진보진영에서 통렬한 비판이 잇따랐다. ‘88만원 세대’ 공동 저자인 박권일 사회평론가는 “방약무도가 넘치다 못해 기본권마저 파괴하고 있다”고 탄식했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고 질타했다. 참여연대도 “전형적인 입막음 소송”이라고 일갈했다. 당내 의원들조차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다”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민주당만빼고’ 해시태그와 함께 ‘나도 고발하라’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임미리다’라는 외침도 확산된다. 전 정권에서의 촛불시위처럼 반발과 분노가 들불처럼 타오른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민주당은 하루 만인 14일 고발 취하를 결정했다. 고발 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진정한 반성은 엿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고발 경위와 관련해 임 교수의 전력(안철수 전 의원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을 들먹이며 정치적 목적 운운하는 등 해명으로 일관했다. 취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은 여전하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발상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고소·고발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힘을 빌리려는 ‘정치의 사법화’ 폐해도 단적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막더니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반민주적 행태까지 보이니 정부·여당의 오만함이 극에 달했다는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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