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생각해보세요. 이 역할에 저 말고 다른 배우가 떠오르시나요? 그냥 저밖에 할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웃음).”

과연 그렇다. 영화 ‘정직한 후보’의 얄궂은 주인공 주상숙 역을 과연 누가 소화할 수 있을까. 배우 라미란(45·사진) 이외의 다른 이를 떠올리기 어렵다.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 덧대어지며 인물은 공감을 얻는다. 그야말로 라미란의, 라미란을 위한, 라미란에 의한 영화인 셈이다.

지난 12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직한 후보’는 거짓이 팽배한 정치판을 풍자한 코미디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던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갑자기 진실만 말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설정은 비현실적이나, 그 내용은 현실 판박이다.

그간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응답하라 1988’(이상 tvN) 등을 통해 유쾌한 이미지를 얻은 라미란이지만 정통 코미디는 처음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코미디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갈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내가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나 스스로도 간을 본 것”이라며 웃었다.

동명 브라질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원작에서는 부패한 남성 정치인이 주인공이었다. 장유정 감독이 캐릭터 성별을 여성으로 바꾼 건 ‘라미란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만큼 좋은 기회가 또 없죠. 여성 원톱의 코미디 영화는 드물잖아요. 역사의 한 획을 그어보자, 싶었죠(웃음).”

평소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고 무딘 성격”인 그로서는 코미디의 과장된 표현이 몸에 익지 않았다. 그는 “연기는 연기일 뿐이지 ‘코미디 연기’를 나누는 건 난센스”라면서도 “사람을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게 훨씬 어렵다. 치열한 고민을 거듭했다”고 털어놨다.

개봉 시점이 절묘하다. 총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인 터라 곱씹을 만한 구석이 적지 않다. 라미란은 다만 “어떤 분들은 심각한 정치 풍자라 느끼실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정치적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며 “코미디 자체로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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