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상훈 윤정희 부부 (12) 변기에 수 없이 연습해도 바지에 ‘큰 일’ 보는 하나

다섯 살이 넘도록 대변 못가리다 믿고 기다려주자 변기에 보기 시작, 이젠 암기력 왕

김상훈 목사 가족이 지난해 9월 강원도 강릉 바닷가에서 각자 이름이 쓰인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아홉째 윤(14)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윤은 우리 집에 가장 늦게 온 아이여서 마지막에 소개하고 싶다. 이번 순서는 열 번째 하나(10)이다. 2014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우리에게 왔다. 우리 가족 전체가 하나 돼 더욱 주님만을 높이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하나로 했다.

하나는 강릉의 입양기관에서 왔다. 기관 선생님은 만 4세인 하나가 아직 대변을 화장실에서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어디선가 냄새가 난다 싶으면 하나였다. 화장실 변기에 수도 없이 앉히며 연습을 시켰는데도 돌아서면 다시 바지에 큰 실례를 했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됐는데도 바지에 큰 볼일을 보는 게 계속됐다. 아내가 소리쳤다.

“이눔의 시키, 한 번만 더 싸면 엄마가 가만 안 둔다.”

하루에 한 번씩 큰일을 치르다 보니 화가 날만도 했다. 매일 아이의 옷을 벗기고 아이를 씻기는데 마침 내가 들어가자 아내가 한마디 더 했다.

“아니 이눔은 왜 꼭 나하고 있을 때만 똥을 싸냐고. 하은 아빠 있을 때 싸면 내가 이런 고생을 안 하잖아.”

“허허허. 하나가 아빠를 도와주네. 하은 엄마, 햇살이 오줌 못 가려 허구헌 날 이불 빨래한 거 생각 안 나남유. 적어도 하나는 이불에는 안 싸잖아유. 옷만 빨면 되니 얼매나 좋아유.”

아내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고 했다. 햇살이가 밤마다 이불에 실례를 해 온 가족이 방석을 깔고 자기도 했으니까.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힘든 시기를 거치며 가족이 돼 갔다. 그에 비하면 하나는 고작 대변뿐이었다. 아내가 하나에게 다시 말했다.

“아이고, 하나야. 엄마가 정말 미안해. 우리 하나 바지에 똥 싸는 게 편한 거였는데, 엄마가 그걸 모르고 정말 미안해. 나중에 변기에 싸는 게 익숙해지면 그때 거기다 싸. 이불에 안 싸는 게 얼마나 다행인데 엄마가 그걸 몰랐네. 우리 하나, 미안.”

하나와 아내가 서로 계면쩍게 웃었다. 며칠 뒤부터 하나는 언제 바지에 실례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변기에서 정확하게 일을 치르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아이들은 그냥 인정하고 기다려주면 되는 거구나.’ 다시 한번 우리 부부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내를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게 하나 있다. 아이들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내의 주변엔 늘 아이들이 있었고 나는 그런 아내가 좋았다. 아이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이 사람과는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아내는 아이들을 입양하면서도 아이들만 바라봤다. 아이들의 아픔에 크게 상관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았다. 주님이 허락하신 아이들이라면서 기뻐했다.

하나는 초등학생인데 외우기 어려운 긴 문장의 영어도 금방 외우고 성경 구절도 세 번만 읽으면 다 외울 정도로 암기력이 뛰어나다. 큰누나 하은이는 “아무래도 요한이의 뒤를 잇는 천재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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