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격리되기 전 방문해 폐쇄된 서울 이마트 마포공덕점에 지난 7일 임시 휴점 안내문이 써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정은(41)씨는 지난 8일 한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 장보기를 했다가 낭패를 봤다. 필요한 상품들을 기껏 장바구니에 담고 보니 다음날 배송이 불가능했다. 배송받기 원했던 9일이 대형마트 정기 휴무일이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 강화에 나선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각종 규제 탓에 사업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게 대형마트 전성기 시절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제들이다. 이씨처럼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 주문을 해도 마트 영업시간(오전 10시~오후 12시) 전후와 월 2회 의무휴업일에는 배송을 받는 게 불가능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특히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 제한이 오프라인 업체의 온라인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역차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쇼핑이 마트, 슈퍼 등을 중심으로 200여개 점포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할 만큼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위기에 놓여 있다. 늦게나마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쿠팡, 이베이코리아, 티몬 등 기존 이커머스 업계와의 경쟁에서 허덕이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외국계 자본이 중심이 된 이커머스업계가 유통 질서를 뒤흔드는 동안 국내 기업 중심의 오프라인 업체들이 각종 규제를 받으며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보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치열하게 ‘배송 속도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온라인몰은 공정한 경쟁 선상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나온다.

대형마트 3사는 일부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배송의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경우 소비자의 집 근처 매장에서 주문받은 제품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졌다. 하지만 영업시간 규제 탓에 새벽배송은 원천 차단돼 있다. 의무휴업일인 수요일, 일요일 등에도 주문받은 상품을 배송할 수 없다. 매장에 주문 제품이 비치돼 있어 온라인 주문에 대한 발송 준비가 완료됐어도 배송을 시작하는 데는 오프라인 점포의 영업시간에 좌우되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16일 “아무리 대기업이 운영한다고 해도 온라인 물류 기반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며 “물류센터 부지 확보부터 대규모 투자까지 간단한 게 하나도 없는데, 기존 점포를 활용하는 것까지 제약을 받고 있어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규제에서 비롯된 비효율은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 보호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몰에 대형마트 오프라인 점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건 합당하지 않을 뿐더러 효과도 없다는 의견도 적잖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월마트가 100명의 일자리를 만들면 지역상인 30∼40명이 사라진다는 ‘월마트 효과’는 옛날 얘기”라며 “지금 더 파괴적인 존재는 아마존(전자상거래 업체)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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