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국 소녀가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텅 빈 베이징의 한 공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킥보드를 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에서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고향에 갔던 농민공(호적은 농촌에 두고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2억5000만명의 대도시 이동이 본격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대도시들은 비상이 걸렸다.

16일 중국 CCTV에 따르면 교통운수부는 춘제를 맞아 고향으로 갔던 농민공 3억명 가운데 2억5000만명이 다시 도시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통운수부는 3억명 중 8000만명은 이미 복귀했고 2월 말까지 1억2000만명, 3월 이후 1억3000만명의 복귀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농민공은 주로 도시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음식 배달, 물품 배송 등을 하는 빈곤층 노동자들이다. 중국 교통 당국은 농민공들이 많이 이용하는 철도의 입석은 팔지 않고, 좌석도 절반까지만 판매해 승객 간 간격을 최대한 벌려놓기로 했다. 또 고속도로 등 유료 도로의 차량 통행료도 코로나19 유행이 끝날 때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철도 등 공공 교통수단 이용을 줄이려는 의도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0시 기준 전국 31개 성·시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만8500명이며 사망자는 166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보다 확진자는 2009명, 사망자는 142명 늘어난 것이다.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자 수도 지난 12일 1만4840명에서 13일 4823명, 14일 2420명, 15일에는 1843명으로 감소했다. 후베이성 외 지역의 신규 확진자 수는 12일째 증가폭이 둔화됐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상황을 챙기며 철저한 대응을 주문해 왔다고 직접 밝힌 연설문이 공개됐다. 당국의 부실한 초동 대응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이를 모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궁극적 책임이 시 주석에게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는 시 주석이 지난 3일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밝힌 코로나19 대응 관련 발언을 전날 공개했다. 시 주석은 “연초부터 지금까지 전염병 예방과 통제는 내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문제”라며 “질병 확산과 방역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시 주석이 지난달 20일 코로나19 관련 발언을 처음 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연설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관련 발언 최소 2주 전부터 코로나19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후 한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하급 간부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사태 초기부터 긴밀히 대응해 왔음을 강조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 주석 연설문 공개가 되레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조기 수습 실패의 책임이 시 주석에 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일찍부터 사태를 인지하고 개입했던 사실을 중국 당국이 처음으로 인정했다”면서 “중국 당국이 새로운 주장을 펼침으로써 시 주석은 코로나19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조성은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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